정찬민이 갤러리 쪽으로 걸어가며 먼저 말을 건넸다. 순간 1번홀 티잉 구역 주변에 모여 있던 갤러리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정찬민은 팬들의 휴대전화를 직접 받아 함께 셀카를 찍었고, 갤러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정찬민이 KPGA 선수권 3라운드 경기에 앞서 팬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KPGA)
최근 정찬민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찬민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평균 309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리고, 2022년에는 평균 317야드를 기록하며 장타상을 받았다. 큰 체구와 수염을 기른 강인한 외모는 그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2022년 데뷔한 뒤 2023년 GS칼텍스 매경오픈과 골프존 도레이 오픈에서 우승하며 빠르게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꾸준함은 숙제였다. 폭발력은 있었지만 기복도 컸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출전한 62개 대회 가운데 절반 수준인 33개 대회에서만 본선에 진출했다. 컷 통과율은 50%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올해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부터 KPGA 선수권까지 7개 대회 연속 컷 통과에 성공했다.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40위 이내 성적을 기록했고, KPGA 파운더스컵 준우승과 경북오픈 공동 6위 등 두 차례 톱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찬민은 “7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며 웃은 뒤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안정적인 경기를 하고 있는 건 맞다. 기술적인 부분도 좋아졌지만 무엇보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경기력 향상의 원인을 스윙이나 기술보다 ‘생각의 전환’에서 찾는다는 것 점이 흥미롭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예전에는 시야가 굉장히 좁았다. 그러다 보니 생각 없이 경기하는 경우도 많았고 중요한 순간에 신중함도 떨어졌다”며 “지금은 경기를 바라보는 자세 자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코치와의 만남도 도움이 됐다.
정찬민은 “지금의 코치와 함께하면서 생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며 “잘 안될 때는 잘될 거라고 생각하게 됐고, 잘될 때도 더 잘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경기가 안 풀릴 때 조급함이 먼저 왔는데, 지금은 다음 홀을 준비하고 다음 샷을 생각하는 여유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긍정적인 사고는 경기장 밖에서도 변화를 만들었다.
예전보다 팬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즐긴다. 이날도 챔피언조 티오프를 앞두고 팬들과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찬민은 “요즘은 제 경기를 즐기려고 노력한다”며 “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또 “팬들과 함께 경기 속으로 녹아들려고 노력한다”며 “물론 좋은 성적까지 나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렸다면 그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특유의 미소와 함께 짧은 답이 돌아왔다. 그는 “첫인상과 다르게 순하고 착한 사람입니다”라며 웃었다.
성적과 함께 마음의 여유도 얻은 정찬민은 다시 세계 무대를 향한 도전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는 2차 예선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올해는 다시 도전장을 낼 계획이다.
정찬민은 “KPGA 투어 성적에 따라 예선 면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보다 현재 대회에 집중하고 싶다”며 “9월까지는 국내 대회에 집중한 뒤 10월부터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준비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올해 정찬민의 가장 큰 변화는 비거리도, 스윙도 아니다. 잘될 때는 더 잘될 수 있다고 믿고, 어려울 때는 다시 좋아질 수 있다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이다.
정찬민.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