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안타 MVP의 귀환...서건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6월 08일, 오전 10:1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키움히어로즈 베테랑 내야수 서건창이 긴 수렁에서 벌어나 서서히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한때 KBO리그 최초 단일 시즌 200안타를 기록하며 리그 최정점에 섰던 그다. 이후 방출과 이적, 부상이라는 굴곡을 지나 친정팀 키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팀이 다시 연패에 빠진 순간, 선봉에 나서 팀을 구했다.

키움히어로즈 서건창. 사진=키움히어로즈
서건창은 지난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KBO리그 원정 경기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키움은 서건창의 활약과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두산을 4-1로 꺾었다. 이 승리로 키움은 4연패에서 벗어났고, 두산의 5연승도 저지했다.

1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서건창은 두산 선발 웨스 벤자민의 몸쪽 시속 145㎞ 직구를 받아쳐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었다. 이어 후속 타자들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키움은 1회에만 3점을 뽑아 초반 주도권을 잡았고, 이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서건창에게 이날 경기는 단순한 3안타 경기가 아니었다. 지난달 17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올 시즌 두 번째 3안타 경기였다. 팀의 긴 연패를 끊어냈기에 더 값진 활역이었다. 그는 경기 후 “개인적인 기록보다 팀의 연패가 더 이어지기 전에 한 주의 마지막 날 이겨서 큰 의미가 있다”고 베테랑답게 답했다.

서건창은 “전력분석 파트와 타격 코치님이 오늘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했다”며 “‘눈앞에 하얀 게 보이면 쳐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그게 선수들에게 주효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날 키움 타선은 두산 선발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 단순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그 출발점에 서건창이 있었다.

서건창의 야구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채 2008년 LG트윈스 육성선수로 프로에 입문했지만 제대로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팀을 떠나야 했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입단 테스트를 거쳐 넥센 히어로즈에서 입단했다.

넥센의 버건디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재능을 꽃피웠다. 2012년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2014년에는 타율 0.370, 201안타, 135득점, 48도루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KBO리그 최초 단일 시즌 200안타라는 기록은 지금도 그의 이름 앞에 따라붙는 상징이다.

하지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그의 선수 인생은 이후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였다. 부상과 부진이 이어졌고, LG와 KIA를 거쳤다. KIA에서는 2024년 타율 0.310을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기도 했지만 다시 입지가 흔들렸다. 올 시즌 초에는 방출의 아픔도 겪었다. 선수 생활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그때 손을 내민 팀이 키움이었다. 서건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 1억2000만원에 계약하며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복귀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오른손 중지 골절상을 입어 개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지난달 9일에야 1군 무대를 처음 밟았다.

시작은 비록 늦었지만 서건창은 다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다. 7일 잠실 두산전까지 마친 시점에서 그는 26경기에 출전, 타율 0.282 6타점 OPS 0.718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0일에는 계약 기간 2년, 총액 최대 6억원의 비FA 다년계약도 체결했다. 계약 당시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했다. 최근 그는 자신이 한 약속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오재일 해설위원은 서건창의 타격을 두고 “과거 200안타를 쳤을 때의 느낌이 난다”고 평가했다. 서건창에게 그 얘기를 전하자 얼굴에 살짝 미소가 맺힌다.

하지만 서건창은 전성기의 그림자를 좇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그 시절을 따라가려고만 하면 지금 상황에서는 뭘 해도 안 될 것 같다”며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지금의 느낌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건창은 더 이상 2014년에 매달려있지 않다. 대신 지금의 몸 상태와 감각, 그리고 지금 팀이 원하는 역할에 맞춰 다시 야구를 하고 있다. 화려한 부활 대신 절실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티고 증명하는 중이다.

키움의 팀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연패 뒤 다시 4연패에 빠지는 등 반등의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최근 14경기에서 2승 12패로 추락했다. 키움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팀이다. 그래서 베테랑 서건창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 크다. 단지 성적으로만 팀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겪고도 다시 일어서는 법을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서건창은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팬들이 야구장을 많이 찾아와주시는 걸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기고 지는 것을 떠나 매 경기 발전하자고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힘드시겠지만 팬들께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고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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