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프랑세즈 호텔 로비에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이 머문 곳’이라고 적힌 동판이 걸려 있다. 1917년 대한인국민회 총회장 자격으로 멕시코를 찾은 안창호 선생은 미국 입국 과정에서 일본 여권 사용 요구를 거부하고 과달라하라에 약 두 달간 머문 뒤 대한제국 여권으로 미국에 입국했다. 동판은 안창호 선생의 체류와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치됐다. © 뉴스1 박지혜 기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전까지 멕시코 하면 가장 떠오르는 곳은 수도 멕시코 시티, 그리고 신혼여행지로 주목받은 칸쿤이었다.
멕시코시티에 이은 멕시코 제2의 도시 과달라하라는 이번 대회에서 홍명보호가 2경기를 치르며 한국에 익숙한 도시 중 한 곳으로 인식될 예정이다. 과달라하라는 아직 한국에 낯선 곳이지만 멕시코 중서부 할리스코주 중심도시로 중요한 기술 산업 중심지다.
그리고 한국과 깊은 인연이 있으며 한국의 문화가 점차 자리 잡는 곳이기도 하다.
과달라하라와 한국의 인연은 109년 전으로 돌아간다.
당시 대한인국민회 총회장이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은 1917년 10월 교민 초청으로 멕시코를 방문, 10개월 동안 멕시코 곳곳을 다니면서 한인들과 만났다.
이듬해 6월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던 안창호 선생은 뜻하지 않은 난관에 가로막혔다. 멕시코시티의 미국총영사관이 일본 여권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안창호 선생은 이를 거부하고 과달라하라에서 2개월 더 머문 뒤 북부 노갈레스로 이동해 국경을 넘었다.
당시 안창호 선생이 임시로 머문 곳이 과달라하라의 프란세스 호텔이다. 안창호 선생은 20호실에 묵었는데, 중간에 호텔이 리모델링을 해서 안 선생이 묵었던 20호실은 현재 찾을 수 없다.
하지만 국가보훈처와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은 안창호 선생의 흔적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 2017년 프란세스 호텔 측과 협의를 통해 안창호 선생 체류 사실을 기록한 현판을 달았다.
멕시코의 독립운동 역사를 알리는 안내서 1만부를 주멕시코 한국문화원에 기증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안창호 선생이 일본 여권을 절대로 받지 않고 대한제국 여권으로 미국을 넘어간 건 역사적으로 매우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안창호 선생이 멕시코를 방문한 뒤 멕시코 한인들이 독립자금을 송금하고 광복 후에도 국가재건의연금을 보냈다.
과거 국적조차 인정받지 못한 과달라하라지만 현재 풍경은 다르다.
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 역사 지구 보행자 전용 거리에 설치된 태극기 조형물 앞에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거리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참가국을 상징하는 국기 조형물이 조성돼 있다. 2026.6.9 © 뉴스1 박지혜 기자
멕시코를 방문한 한국인들을 보면 먼저 "BTS! 블랙핑크!"를 외치고, 태권도장과 한국 식당이 거리에서 보일 정도로 'K컬처'는 과달라하라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 역사 지구에 설치된 태극기 조형물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한 기예르모 차베스(24)는 "평소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데, 태극기가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면서 "특히 K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손흥민(LA FC)도 멕시코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7일 진행한 오픈 트레이닝에서 멕시코 현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은 이름이 연호 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후안 안토니오(45)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손흥민을 가장 좋아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멕시코가 16강에 오르도록 도와줬던 골도 기억한다"면서 "멕시코와 한국의 경기에서는 멕시코가 이기겠지만 한국도 조별리그에서 통과하길 바란다"며 손흥민과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안창호 선생의 숨결이 남아있고, 현지 멕시코 팬들의 응원을 받는 홍명보호는 1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체코와 첫 경기를 치른다.
dyk060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