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감독조차 한국 대표팀 골키퍼 김승규(도쿄)의 신들린 선방 앞에서 혀를 내둘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체코를 2-1로 꺾었다.
경기 막판 김승규의 슈퍼 세이브(사진=로이터)
김승규의 슈퍼세이브.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골키퍼 김승규가 체코전 승리를 이끈 뒤 동료와 함께 기쁨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AP PHOTO
김승규는 이날 선발 골키퍼로 나서 체코의 결정적인 슈팅을 잇달아 막아냈다. 기록상 세이브는 3개였지만, 그 중요성은 숫자 이상이었다. 특히 한국이 2-1로 앞선 후반 막판 체코의 총공세를 막아낸 장면은 이날 경기의 흐름을 가른 터닝포인트였다.
후반 37분 체코의 스로인 공격 상황에서 공이 문전으로 흘렀다. 아담 흘로젝이 곧바로 슈팅을 시도했다. 골문 바로 앞에서 나온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김승규는 몸이 골문 안쪽으로 밀려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두 팔을 빠르게 뻗어 공을 걷어냈다. 실점과 다름없던 순간을 막아낸 선방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도 위기는 이어졌다. 체코가 한국의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크로스를 올렸다. 미할 사딜레크가 파 포스트 쪽으로 슈팅을 연결했다. 공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이때 김승규가 다시 몸을 날렸다. 양팔을 쭉 뻗어 공을 잡아냈다. 체코의 마지막 추격 의지를 꺾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체코의 미로슬라프 코우베크 감독은 김승규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골키퍼가 어떻게 그 골을 막아냈는지 모르겠다”며 “그 장면이 승부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패장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선방이었다.
김승규의 존재감은 단순한 방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공격 전개 때도 안정적인 발밑 기술로 빌드업에 힘을 보탰다. 체코가 장신 선수들을 앞세워 공중볼과 세트피스를 반복적으로 노렸다. 하지만 김승규는 골문 앞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이날 경기 전부터 누가 골문을 지키느냐를 놓고 큰 관심이 쏠렸다. 오랜 기간 대표팀 골문을 나눠 맡았던 김승규와 조현우(울산HD)는 홍명보 감독 부임 이후에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였다. 김승규는 경험과 빌드업 능력을 갖춘 반면 조현우는 반사신경과 카리스마가 돋보인다. 대회 직전까지도 홍명보 감독은 주전 골키퍼를 정하지 못한 채 둘의 경쟁구도를 이어갔다. 결국 월드컵 첫 경기에서 김승규를 택했고 이는 ‘신의 한수’가 됐다.
김승규는 그 선택에 경기력으로 답했다. 후반 14분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한국이 황인범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은 뒤에는 체코의 막판 파상공세를 온몸으로 버텨냈다.
김승규는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월드컵 무대다. 특히 이번 북중미 월드컵까지 오는 과정은 더 험난했다.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두 차례 겪었다. 월드컵 출전은 커녕 축구 선수를 계속 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했다.
김승규는 긴 재활을 버티고 다시 돌아왔다. 부상에서 회복된 것을 두고 그는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 선물은 이날 한국 축구의 선물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