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전 세계의 축제인 월드컵 경기장에서 인종차별 제스처를 취한 대가다. 할리스코주 측량·지리공학 기술자 협회(CITGEJ) 회장 울리세스 페르난도 베르날 미라몬테스가 한국 팬들에게 사과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베르날은 1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여러분 모두에게, 특히 '이노냥' 님께 직접적이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말씀드리고자 한다. 지난 며칠간 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며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어 그는 "이번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일에 대해 진심으로 유감스럽다. 저는 이번 일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며, 지금 이 순간 제가 져야 할 책임을 이해하고 있다. 여기서 제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서로 다른 해석을 두고 논쟁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상황이 불쾌감과 불편함을 초래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명확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베르날은 "저는 개인적인 삶과 직업적인 삶 모두에서 항상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제 행동이 그러한 가치들을 일관되게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고개 숙였다.

또한 베르날은 1분 10초 가량의 사과 영상도 함께 게시했다. 그는 "외국인이 멕시코에 올 때마다 우리는 그들이 집처럼 편안함을 느끼기를 바란다. 하지만 저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 지난 며칠 전 과달라하라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경기에서 제가 했던 부적절한 제스처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한국인 이노캣 님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위해 이 영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베르날은 "한국인 커뮤니티와 외국인 커뮤니티, 그리고 이번 일로 자신들의 모습이 대변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멕시코인들에게도 사과드린다. 진심으로 말씀드리지만, 저는 매우 후회하고 있으며 우리가 잘못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지혜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현지에서도 비판이 거세진 만큼 회장직도 내려놓게 됐다. 베르날은 "오늘 아침, 제가 대표로 있던 엔지니어 협회의 직책에서도 사임했다. 이 기관을 이번 사건과 분리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이건 온전히 제 개인적인 일이며, 당연히 제가 그 결과를 감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며칠 내로 이노캣 님을 만나 직접, 당연히 그래야 하듯 대면으로 사과하기 위해 이미 연락을 취해 둔 상태"라며 "이번 사태로 인한 상황 때문에 마음이 무척 아프지만, 진심으로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와 같은 일은 앞으로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거다. 감사드린다"며 영상을 마쳤다.

이번 사건은 지난 12일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에스타디오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한국과 체코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발생했다. 이날 한국은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경기 후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의 여성 인플루언서 '이노냥'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월드컵 보러 멕시코까지 왔는데.. 내가 예민한 건가?"라며 관중석에서 인종차별의 표적이 된 영상을 공개했기 때문.
홍명보호을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은 이노냥은 직접 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런데 뒷자리에 앉은 한 남성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더니 갑자기 양손 검지를 두 눈 옆에 갖다 대면서 눈을 찢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즐거운 듯 박장대소했다. 이는 대표적인 동양인 인종차별 행위인 '슬랜트 아이'다.
해당 게시글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고, 멕시코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멕시코 팬들은 빠르게 해당 남성의 신상을 파악해 공개했다. 그는 CITGEJ의 회장을 맡고 있는 베르날로 특정됐다.

인종차별 가해자가 할리스코주의 전문직 단체에서 지도적 위치를 맡고 있는 인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더욱 커졌다. 비슷한 이름의 단체인 할리스코주 토목공학자 협회(CICEJ)를 향해 불똥이 튀면서 CICEJ가 "베르날은 현재 CITGEJ 회장이지 우리 협회의 구성원이 아니다"라고 급하게 해명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멕시코 '인포배'는 "베르날은 측량공학자 협회에서 학술 행사와 기관 포럼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노조·직능단체 지도자라는 점 때문에 공식적인 입장과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이번 사건은 소셜 미디어가 차별적 행동을 드러내고 책임을 요구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
결국 베르날은 비판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비공개로 전환했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활성화한 뒤 사과문과 사과 영상을 게시했다. 다만 회장직 해임은 피할 수 없었다.
CITGEJ 대변인은 '뉴욕 포스트'를 통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위원회가 오늘 바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곧 직위 해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베르날 본인도 직접 사임 의사를 표하면서 그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확정됐다.
/finekosh@osen.co.kr
[사진] 뉴욕 포스트, 베르날, 이노냥, CICEJ 소셜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