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 첫 경기 앞둔 이란...교민 사회도 둘로 갈렸다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6월 15일, 오후 04:2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란 축구대표팀이 전쟁과 정치적 갈등 속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다.

이란은 16일 오전 10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G조 첫 경기를 갖는다.

현 이란 정부를 반대하고 이들이 이슬람혁명 이전의 팔레비 왕조 마지막 왕인 레자 팔레비의 얼굴이 담긴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란 축구대표팀. 사진=AFPBBNews
경기장 안팎의 분위기는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긴장감이 가득하다. A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인근 이란계 미국인 사회에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엇갈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교민들은 단체 응원전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은 경기장 밖에서 이란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는 이란 밖에서 가장 큰 이란계 공동체가 있는 지역이다. ‘테헤란젤레스’로 불리는 이란계 현지 상권도 형성돼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전의 ‘사자와 태양’ 문양이 들어간 옛 이란 국기를 들고, 티셔츠를 입고 나올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1월 이란 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에 항의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이란 출신 알리 자바헤리씨는 AP와 인터뷰에서 “이 팀은 ‘팀 멜리’가 아니라 ‘이슬람공화국 팀’”이라며 “경기장 안에서 응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팀 멜리’는 이란 대표팀을 일컫는 애칭이다.

반면 정치와 축구를 분리해 대표팀을 응원하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레자 가라제다기씨는 96세 아버지와 함께 경기를 볼 예정이라며 “선수들은 전 세계 페르시아인과 이란인을 대표한다. 내게는 이란 정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란 대표팀도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대회를 맞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당초 애리조나주 투손에 마련하려던 훈련 캠프를 멕시코 티후아나로 옮겼다. 일부 대표단 관계자는 미국 비자를 받지 못해 팀과 함께 하지 못한다. 이란 대표팀은 경기 전날에만 미국에 들어와 경기를 치른 뒤 곧바로 멕시코로 돌아가는 방식으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주장 메흐디 타레미는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월드컵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긴장을 느꼈다”며 “평화와 기쁨을 이야기하는 월드컵의 아름다운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란 안팎의 모든 이란인을 위해 뛴다”며 “사람들의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고 기쁨을 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아미르 갈레노에이 이란 대표팀 감독도 “이런 조건은 축구 정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축구는 나라와 문화를 하나로 모으는 경기다. 여러 상황이 전술적 집중에도 영향을 줬지만, 선수들이 전략과 기술에 집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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