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도입에…"사실상 광고 타임" 비판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6월 16일, 오전 10:03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이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수분 보충 휴식)’가 대회 흥행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경기당 총 6분에 불과한 짧은 휴식이지만,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에서 축구의 본질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페인 선수단이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에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AFPBBNews)
네덜란드 주장 버질 판데이크는 15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의 냉방 시설이 갖춰진 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조별리그 경기(2-2 무승부) 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판데이크는 “흥미로운 문제”라며 “오늘 경기 전까지 거의 모든 경기를 지켜봤는데, 매번 광고로 넘어가는 장면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TV로 시청하는 팬들에게도 좋은 경험은 아닐 것”고 덧붙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같은 날 공동 개최국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스웨덴과 튀니지의 경기에서도 관중들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이 되자 큰 야유를 보냈다.

또 16일 미국 애틀랜타의 냉방이 완비된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 카보베르데 경기에서도 팬들은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에 야유를 쏟아냈다.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전·후반 각각 3분씩 진행되는 제도로, 일반적인 축구 경기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다.

FIFA는 선수 건강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냉방 시설이 가동되는 실내 경기장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일본 경기는 지붕이 닫힌 냉방 경기장에서 쾌적한 환경 속에 치러졌지만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그대로 시행됐다.

미국프로풋볼(NFL)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홈구장에서는 첫 번째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에 대형 전광판을 통해 치어리더 공연이 진행됐다.

또 미국 내 TV 중계에서는 이 시간이 광고를 송출하는 시간으로 활용된다. 미국 스포츠에서는 익숙한 장면이지만, 일부 팬들은 FIFA의 상업주의와 연결 지어 비판하고 있다.

이는 이번 월드컵을 둘러싸고 꾸준히 제기돼 온 상업화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FIFA는 이러한 지적을 부인하고 있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에 작전을 지시하는 에콰도르 감독.(사진=AFPBBNews)
영국의 저명한 축구 칼럼니스트 헨리 윈터는 “올해는 전·후반 두 개의 하프로 구성되던 축구가 네 개의 쿼터로 나뉜 해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이자 최고의 이벤트가 돈다발 때문에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 같은 중단과 광고 시간이 언젠가는 전 세계 축구 경기로 확대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영국에서는 BBC와 ITV가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지만,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중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다.

윈터는 “전 세계가 이에 저항해야 한다”며 “이를 용인한다면 다음 차례는 우리의 TV 중계 경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논란은 경기의 자연스러운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여러 경기에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직후 겨익 주도권이 다른 팀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나타났다. 선수들이 물을 마시는 동안 감독들은 전술을 수정하거나 선수들에게 새로운 지시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독일과 퀴라소 경기에서는 월드컵 본선에 처음 출전한 퀴라소가 전반 21분 동점골을 터뜨리며 1-1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경기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다. 독일은 이후 퀴라소를 압도하며 결국 7-1 대승을 거뒀다.

물론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페인 대표팀의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선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정도 수준의 신체 활동을 오랜 시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휴식 시간은 선수들이 재충전하고 다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개최 도시는 매우 무덥지만 모든 개최지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예상 기온은 15~28도 수준이다.

판데이크 역시 더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정말 더운 날씨라면 음료 휴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경기마다 상황이 다른 만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