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별에 별걸 다 해봤다" 유니폼 입고 샤워하고 선인장까지 샀다…원태인의 절박했던 28일 [오!쎈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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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2026년 6월 17일, 오전 11:25

삼성 라이온즈 제공

[OSEN=대구, 손찬익 기자]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마침내 길었던 터널을 빠져나왔다.

원태인은 지난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지난달 19일 포항 KT 위즈전 이후 무려 28일 만에 맛본 승리였다. 삼성도 4-1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질주했다.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팔꿈치 굴곡근을 다쳤을 때만 해도 다시 1군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수 있기만 바랐다"며 "오늘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어느 때보다 간절했고, 더 열심히 준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원태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과 내용으로 적지 않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에이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습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점검했다.

그는 "밸런스를 수정했고, 왜 볼넷과 안타가 많이 나오는지 계속 고민했다. 결국 실투가 많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좋았을 때의 투구 폼과 비교해보니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애를 먹였던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원태인은 "제게는 정말 애증의 구종인데 올 시즌 슬라이더 기복이 너무 심했다.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난해 좋았을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5일 동안 준비했다"며 "슬라이더가 다시 말을 듣기 시작하면서 경기를 훨씬 편하게 풀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이어 그는 "슬라이더의 만족도는 70~80% 정도다. 오랜만에 던졌는데 제구가 조금씩 흔들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컨트롤도 괜찮았고 공의 움직임도 만족스러웠다"며 "괜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하던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웃었다.

6회 투구를 마친 뒤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던 순간도 특별했다.

원태인은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팬들에게 인사한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며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비난보다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는 팬들이 훨씬 많다는 걸 느꼈다. 하루빨리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팬들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날 경기 후에는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중계 화면에는 후라도가 원태인을 뒤에서 꼭 안아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원태인은 "후라도가 '나도 6이닝 무실점하고 싶다'고 하더라"며 웃은 뒤 "하지만 후라도는 전혀 걱정할 선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사실 원태인은 이번 등판을 앞두고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봤다.

그는 "혼자 별의별 걸 다 해봤다"고 털어놓았다. 시애틀 매리너스의 칼 랄리가 38타수 연속 무안타를 끊기 위해 했던 것처럼 유니폼을 입은 채 샤워를 했고, 야구장 인근 화훼단지에서 선인장을 사 라커룸에 두기도 했다. 바지와 스파이크, 모자 등 장비도 모두 새것으로 바꿨다.

원태인은 "라커룸 샤워장에서 혼자 물줄기를 맞으며 안 좋은 기운이 모두 씻겨 내려가길 바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묵묵히 곁을 지켜준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아버지께서는 홈경기를 한 번도 빠짐없이 찾아오신다. 집에서도 저보다 더 많은 루틴을 지키신다. 형과 형수님, 조카도 매 경기 응원해준다.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결국 가족 덕분이다. 그런 응원과 사랑이 있었기에 다시 좋은 날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8일 만의 승리. 그 결과 뒤에는 에이스의 집념과 가족의 응원, 그리고 누구보다 간절했던 마음이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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