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 수문장 보지냐, 어머니와 상봉…"아들들아 용감하게 싸워라"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6월 22일, 오후 02:42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인구 6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연일 ‘기적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응원 펼치는 보지냐 어머니 에보라.(사진=AFPBBNews)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세계 최강 스페인과 0-0으로 비기는 이변을 연출한 카보베르데는 남미의 전통 강호 우루과이마저 2-2로 묶으며 사상 첫 32강 진출 희망을 밝혔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을 사로잡은 기적같은 여정의 중심에서 카보베르데의 골문을 지키는 40세 베테랑 수문장 보지냐와 그의 어머니 아나 칸디다 에보라의 감동적인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머니 에보라는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A조 2차전 경기장 스위트룸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들의 이름과 등번호가 선명히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카보베르데 국기를 손에 쥔 채였다.

그가 아들의 월드컵 무대를 직접 눈에 담기까지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당초 에보라는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와 만만치 않은 비용 문제에 가로막혀 스페인과의 역사적인 첫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지 못했다.

스페인전을 무실점으로 마친 직후, 보지냐는 방송 인터뷰에서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돌아가신 조부모님이 이 무대를 보셨다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며 끝내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어머니 생각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애틋한 인터뷰는 순식간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대회 전까지만 해도 5만 명 수준이던 보지냐의 소셜미디어(SNS) 팔로워 수는 인터뷰 직후 무려 1500만 명으로 폭증하며 글로벌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연이 일파만파 퍼지자 국제 사회가 움직였다. 미국 국무부와 FIFA는 물론, 미국 국회의원들과 카보베르데 축구협회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각계각층의 노력 끝에 극적으로 비자가 발급됐고, 에보라는 24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우루과이전을 단 하루 앞두고 마이애미에 도착해 아들과 눈물의 재회를 나눴다.

에보라는 영상 편지로 미국행을 도운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모든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특히 카보베르데에 보내주신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우리는 모두 카보베르데가 좋은 경기를 펼치고, 경기장에서 빛나기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아들들아. 너희에게 키스를 보낸다. 강하고 용감해져라. 블루 샤크스!”라며 선수들을 향한 응원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전해진 덕분일까. 우루과이전에서 비록 무실점 방어에는 실패했지만, 보지냐는 경기 내내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특히 경기 막판 파상공세를 퍼붓던 우루과이의 결정적인 득점 기회마다 보지냐는 실점 위기를 무력화했다. 40세 베테랑 골키퍼의 관록에 가로막힌 우루과이 공격수들의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외면했고, 카보베르데는 귀중한 2-2 무승부를 지켜냈다.

세계적인 강호들과 연속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2점을 확보한 카보베르데는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조 3위인 카보베르데(승점 2)는 이 경기에서 자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에 도전한다.

보지냐.(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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