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논리적인 결정이었다. 데버스는 가장 느린 선수다.”
1-2로 뒤진 9회초 1점 차의 상황. 선두타자가 출루했고 그 타자는 팀에서 주력이 가장 느린 선수다. 벤치에 더 빠른 선수가 있다면 당연히 대주자로 교체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우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 선수가 대주자로의 교체를 거부하며 심통을 부렸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동료인 라파엘 데버스의 얘기다.
샌프란시스코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최강팀 중 하나인 애틀랜타와의 3경기 중 2경기를 잡아내는 등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는데 주말 마이애미 원정 3연전에서 허무하게 스윕패를 당했다.
22일 경기는 토니 바이텔로 감독의 결정에 라파엘 데버스가 반기를 드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선발 로건 웹이 8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경기를 끝까지 책임졌다. 그리고 9회초 선두타자 라파엘 데버스가 선두타자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동점 기회를 잡았다. 데버스 뒤에 이정후가 버티고 있고 장타가 있는 윌리 아다메스와 맷 채프먼이 나란히 들어서는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데버스보다 발 빠른 요나 콕스를 대주자로 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데버스는 벤치를 향해 손짓했다. 교체를 거부했다. 손가락을 흔들며 빠지고 싶지 않다는 신호를 보냈다. 데버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손 꼽히는 느림보다. 스프린트 속도는 하위 22%에 해당한다. 체감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여기에 데버스는 최근 다리 쪽에 통증이 있었다.
감독의 결정은 타당해 보였다. 하지만 데버스는 완강히 교체를 부인하다가 이미 심판진의 교체 사인이 났기에 어쩔 수 없이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데버스는 생각보다 더 크게 실망감을 표현했다. 제이스 팅글러 벤치코치가 데버스를 격려하기 위해 다가섰지만 몸을 피했다. 교체 거부에 코칭스태프까지 ‘패싱’했다. 항명으로 봐도 무방한 행동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바이텔로 감독의 선택은 논리적이었다. 콕스는 바로 그런 순간을 위해, 중요한 순간 도루나 주루의 강점을 활용해 득점권에 도달하기 위해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다. 데버스의 방망이가 라인업에서 아무리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데버스는 팀에서 가장 느린 선수 중 한 명이다’라고 설명했다. 콕스는 지난 6월 1일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선수로 올해 5월까지 더블A에서 이미 27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마이너리그 통산 163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대주자 교체가 동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정후는 뜬공, 아다메스가 유격수 병살타를 치면서 경기가 마무리 됐다. 바이텔로 감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매체는 이 결정 만큼은 바이텔로 감독을 두둔했다. 매체는 ‘애틀랜타와의 더블헤더 싹쓸이로 얻은 고무적인 분위기 뒤에 찾아온 사기를 꺾는 스윕패였다’며 몸값이 높은 거포 데버스의 폭발 직전의 순간은 팀이 느끼는 답답함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팀의 스타플레이어 중 한 명이 감독의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보기 좋은 장면은 아니었다’라고 서술했다.
그렇다고 데버스는 경기 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고 클럽하우스를 떠났다. 항명의 당사자가 된 바이텔로 감독은 데버스의 행동을 감쌌다. 그는 “우리는 매일 대화를 나눈다. 난 괜찮다. 오히려 경기장에서 억지로 끌어내야 할 정도로 열정적인 선수들이 있는 편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는 낫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피(라파엘 데버스)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는 매일 얘기를 한다”라면서 “주변에 두면 가장 재밌는 선수 중 한 명이고 클럽하우스의 그 누구보다 이기고 싶어한다. 경기에 계속 남기를 원했다. 원정 중 몸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달리는데 100% 문제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감독에 대한 항명과 무시가 아니라 승부욕의 표현이라는 것.
동료 맷 채프먼도 “데버스는 모든 순간 그 자리에 있고 싶어한다. 콕스는 정말 빠르고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다. 도루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공격에서 점수를 못 내고 있었기 때문에 감독이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가 있다고 본다”라며 “데버스도 그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저 순간적으로 흥분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그 결정에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고 데버스를 두둔했다.
데버스는 지난 2017년 보스턴에서 데뷔해 9시즌 통산 1053경기 타율 2할7푼9리(4074타수 1136안타) 215홈런 696타점 OPS .859로 활약했다. 올스타 3회, 실버슬러거 2회에 선정된 좌타 거포다. 무키 베츠가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보스턴의 차기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혔다. 2023년 1월 보스턴과 11년 3억3100만 달러의 대형 연장 계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보스턴이 영입한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현 시카고 컵스)의 합류로 3루에서 1루로 포지션 이동을 종용 받았지만 이를 거부, 구단과 갈등을 빚었다. 이때 샌프란시스코가 투수 조던 힉스, 카일 해리슨, 호세 벨로, 외야수 제임스 팁스 3세 등 4명의 선수 패키지로 데버스를 트레이드로 데려왔다. 2033년까지 약 2억 7000만 달러의 잔여 연봉까지 떠안았다.
지난해 6월 샌프란시스코 이적 후 90경기 타율 2할3푼6리(335타수 79안타) 20홈런 51타점 OPS .807로 보스턴 시절에 비해 성적이 떨어지며 트레이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해도 77경기 타율 2할3푼8리(298타수 71안타) 11홈런 36타점 OPS .735로 몸값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몸값을 하지 못하는 고액 연봉 선수가 초보 감독에게 항명하는 상황이 샌프란시스코의 현주소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22/202606221907773703_6a390b8e52f6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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