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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게리 리네커, 앨런 시어러, 마이클 오언, 웨인 루니, 해리 케인. 잉글랜드 축구가 거의 반세기 동안 이어온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 계보가 끊길 위기에 놓였다.
미국 'ESPN'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리네커, 시어러, 오언, 루니, 케인. 잉글랜드의 50년에 가까운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 시대가 끝나려 하는가"라며 케인 이후 잉글랜드 최전방의 미래를 조명했다.
케인은 2026 FIFA 북중미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잉글랜드의 기대를 짊어진다. 32세인 그는 잉글랜드 주장으로 치르는 마지막 월드컵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케인이 대표팀을 떠난 뒤 잉글랜드가 같은 급의 후계자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잉글랜드는 지난 3월 우루과이와 비기고 일본에 패했다. 당시 케인이 빠진 잉글랜드는 최전방 확실한 기준점이 사라졌을 때 어떤 모습이 나오는지 확인했다. 현지 매체들은 잉글랜드를 두고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 보였다", "케인 없는 시대를 암울하게 엿봤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여름 잉글랜드가 케인에게 의존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크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케인이 대표팀을 떠난 이후다. 잉글랜드는 그동안 최전방 걱정을 거의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였다.
1984년 5월 26일 스코틀랜드 햄든 파크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1-1 무승부 경기. 후반 27분 토니 우드콕을 대신해 리네커가 투입된 순간부터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계보는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이후 잉글랜드는 42년 동안 세계 정상급 공격수를 끊기지 않고 보유했다.
1986 멕시코월드컵부터 현재까지 잉글랜드가 출전한 모든 메이저대회에는 리네커, 시어러, 오언, 루니, 케인 중 한 명 혹은 그 조합이 공격을 이끌었다. 이들이 모든 대회에서 폭발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감독들은 최소한 주전 9번을 누구로 세울지에 대한 큰 고민은 덜 수 있었다.
이 계보가 남긴 숫자도 크다. ESPN에 따르면 이들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총 249골 이상을 기록했다. 월드컵 골든부트 2회, 1부리그 득점왕 11회, 소속 클럽 역대 최다 득점자 3명, 시즌 최고의 선수상 11회라는 성과도 남겼다.
주연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테디 셰링엄, 레스 퍼디난드, 이안 라이트, 로비 파울러, 에밀 헤스키, 저메인 데포, 피터 크라우치 같은 공격수들도 잉글랜드 최전방을 지탱했다.
헤스키는 ESPN과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9번이 모두가 뛰고 싶어 하는 역할이었다. 모두가 하고 싶은 포지션이었다. 지금은 바뀌었다. 이제는 많은 선수들이 윙어가 되고 싶어 한다. 예전에는 골, 포스트 플레이, 그런 모든 것이 중심이었다"라고 말했다.
헤스키도 잉글랜드 역대급 공격수들과 경쟁하며 많은 대표팀 출전과 골 기회를 놓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오히려 그 시기를 긍정적으로 돌아봤다.
그는 "솔직히 즐겼다. 서로 다른 스타일을 경험하는 것이 좋았다. 계속 배워야 했기 때문이다. 루니와 함께 뛸 때는 알 수 있었다. '루니는 최전방에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공을 받으러 내려가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나는 사실상 '외로운 스트라이커'다. 루니가 공을 받을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도전이었다. 나는 '혼자 최전방에 있는데 무엇을 하지'라고 보지 않았다. 내가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고, 동료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봤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축구 강국들도 특정 포지션에서 긴 계보를 이어왔다. 프랑스는 장피에르 파팽, 에릭 칸토나, 티에리 앙리, 다비드 트레제게, 카림 벤제마, 킬리안 음바페로 이어지는 다재다능한 공격수 계보를 갖고 있다. 1990년대 중간에 공백기가 있었지만, 1998년과 2018년 월드컵 우승으로 성과까지 냈다.
스페인은 중앙 미드필더 계보가 강하다. 1990년대 초반 펩 과르디올라를 시작으로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사비 알론소를 거쳐 지금은 로드리, 페드리, 가비까지 이어진다. 한 포지션에 세계적인 선수가 가장 밀도 높게 몰린 나라로 꼽힐 만하다.
이탈리아는 센터백 계보가 길었다. 가에타노 시레아, 프랑코 바레시, 파올로 말디니, 알레산드로 네스타, 파비오 칸나바로, 조르조 키엘리니, 레오나르도 보누치까지 이어졌다.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계보보다 더 오래된 흐름이었다. 다만 이탈리아가 최근 세 차례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 흐름도 사실상 멈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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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의 문제는 이처럼 뛰어난 공격수들이 계속 나왔음에도 오랜 무관을 끊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각에 따라 불운으로 볼 수도 있고,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관리 실패로 볼 수도 있다.
케인 이후 후보는 누구일까.
케인은 바이에른 뮌헨 이적 뒤에도 더 강해졌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닿지 못했지만, 독일 무대에서 압도적인 득점력을 보여줬다. ESPN은 케인이 분데스리가 93경기에서 95골을 넣었다고 전했다. 지금 당장 바이에른을 떠나도 구단 역사상 손꼽히는 스트라이커로 평가받을 만한 수치다.
바이에른에는 큰 수확이었지만, 프리미어리그에는 손실이었다. 케인이 떠난 뒤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확실한 잉글랜드 스트라이커' 풀이 얼마나 얇아졌는지 드러났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10골 이상을 넣은 잉글랜드 스트라이커는 3명뿐이었다. 이는 대회 공동 최저 기록이다. 올리 왓킨스(30)가 16골, 도미닉 칼버트-르윈(29)이 14골, 대니 웰벡(35)이 13골을 기록했다. 모두 좋은 기록이지만 케인의 후계자로 보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이들은 전성기 대부분을 케인 시대와 겹쳐 보냈다.
아이반 토니(30)도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알 아흘리에서 30경기 31골을 넣으며 득점력을 증명했다. 이번 여름 케인, 왓킨스와 함께 잉글랜드 대표팀 비행기에 오를 선수다.
이들 베테랑이 케인보다 오래 대표팀 최전방을 책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다음 세대가 케인의 등번호 9번을 넘겨받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징후는 좋지 않다.
리 카슬리 잉글랜드 21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최근 명단에 스트라이커를 두 명만 포함했다. 리암 델랍과 제이 스탠스필드다. 지난여름 유럽선수권 명단에는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케인의 후계자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 중 한 명은 델랍이다. 델랍은 입스위치에서 첼시로 이적한 뒤 힘겨운 첫 시즌을 보냈다. 부상에 시달렸고, 프리미어리그 득점은 1골에 그쳤다.
잉글랜드의 9번 감소 현상은 프리미어리그 출범 시기인 1992-1993시즌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다. 리그가 더 세계화됐고, 자금력을 갖춘 잉글랜드 빅클럽들은 최고 공격수를 해외에서 찾기 시작했다.
축구 전술 변화도 영향을 줬다. 펩 과르디올라를 중심으로 득점력을 갖춘 측면 공격수의 중요성이 커졌다. 마커스 래시포드, 라힘 스털링처럼 기동력과 측면 돌파를 갖춘 공격수가 선호됐다.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는 한동안 유행에서 밀렸다.
최근에는 다시 흐름이 조금 바뀌고 있다. 엘링 홀란, 빅토르 요케레스, 알렉산데르 이삭 같은 정통 골잡이들이 큰 이적료로 움직였다. 프리미어리그가 다시 속도와 힘을 앞세운 공격수 중심 구도로 돌아가는 모습도 있다.
잊기 쉬운 부분도 있다. 2010년대 중반 루니가 대표팀 은퇴를 앞뒀을 때도 잉글랜드 9번 계보가 끊기는 듯했다. 당시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케인이 등장해 흐름을 바꿨다.
헤스키는 같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축구에서 우리는 한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음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지 봐야 한다. 누가 다음 해리 케인이 될지 찾으려 해서는 안 된다. 또 다른 해리 케인은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또 다른 오언도, 또 다른 루니도, 또 다른 시어러도 얻지 못했다. 캔버스를 바꿨을 뿐"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는 수십 년 동안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를 당연하게 여겼다. 케인이 물러나는 순간 그 당연함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2026년 월드컵은 케인의 마지막 큰 무대일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잉글랜드가 반세기 가까이 이어온 9번 계보의 끝을 마주하는 대회가 될 수도 있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