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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대표팀에서 은퇴하겠습니다."
10년 전인 2016년 리오넬 메시(39, 인터 마이애미)가 직접 했던 이야기다.
당시 메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벗겠다고 말했다.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칠레에 패한 직후였다. 승부차기에서 메시의 킥은 골문을 벗어났고, 아르헨티나는 또 한 번 우승 문턱에서 무너졌다. 9년 사이 네 번째 메이저대회 결승 패배였다.
메시는 더 버티기 어려웠다. 그는 당시 "나에게 대표팀은 끝났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챔피언이 되지 못한 것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10년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39번째 생일을 하루 앞둔 메시는 여전히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것도 디펜딩 챔피언의 주장으로 월드컵 무대를 누비고 있다. 이제는 월드컵 역사상 최다 득점자라는 타이틀까지 손에 넣었다.
아르헨티나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J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오스트리아를 2-0으로 꺾었다. 메시가 두 골을 모두 책임졌다.
메시의 대표팀 은퇴 번복은 아르헨티나 축구사의 황금기로 이어졌다. 아르헨티나는 최근 두 차례 코파 아메리카를 제패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메시를 앞세워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랐다. 메시는 당시 7골을 넣었다. 결승전에서도 두 골을 터트리며 아르헨티나의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
오스트리아전은 또 하나의 불멸의 순간이었다. 영국 'BBC' 중계진 스티브 바워는 이를 두고 "또 하나의 불멸의 메시 순간(immortal Messi moment)"이라고 표현했다.
메시는 경기 후 "나는 경기장에서 뛰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그들에게 이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출발은 매끄럽지 않았다. 전반 8분 메시에게 페널티킥 기회가 찾아왔다. 이 골을 넣었다면 월드컵 통산 17호골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를 넘어 단독 최다 득점자가 되는 상황이었다. 메시의 킥은 골문을 벗어났다.
실축 여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39분 메시가 낮은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월드컵 통산 17호골. 메시가 클로제를 제치고 월드컵 역대 최다 득점자에 오른 순간이었다.
끝이 아니었다. 후반 추가시간 메시가 좁은 각도에서 오스트리아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뚫고 다시 골문을 열었다. 월드컵 통산 18호골이었다.
스페인 축구 저널리스트 기옘 발라게는 BBC 라디오 5 라이브에서 "우리는 리오넬 메시를 위한 동상을 만들 시간도, 신문에 깊은 분석을 쓸 시간도 없다.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메시는 월드컵 28경기에서 18골을 기록했다. 더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32강 진출을 확정했고,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는 요르단이다.
이번 대회는 메시의 여섯 번째 월드컵이다. 더 놀라운 점은 2016년 대표팀 은퇴 선언을 번복한 뒤 월드컵에서만 13골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18골 중 12골은 35세 이후에 나왔다. 18골 중 14골은 왼발로 기록했고, 4골은 박스 밖에서 터졌다.
발라게는 "메시는 지금 즐기고 있다. 그것이 가장 좋은 점이다. 과거 월드컵에서 90분을 버티지 못하던 메시를 본 적도 있다. 지금은 경기 막판에도 다른 선수들처럼 뛰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메시는 뛸 필요가 없다. 수비수를 제치기 위해 폭발적인 속도도 필요하지 않다. 지능으로 해낸다. 4년 뒤에도 그를 보게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기록은 계속 쌓이고 있다. 메시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넣은 5골을 모두 책임졌다. 득점 순위에서도 2위권과 1골 차로 앞서 있다.
오스트리아전에서는 월드컵 6경기 연속 득점에도 성공했다. 월드컵 역사에서 6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선수는 1958년 프랑스의 쥐스트 퐁텐, 1970년 브라질의 자이르지뉴, 그리고 메시뿐이다.
메시는 오스트리아전에서 찾아온 두 차례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많은 기회를 만든 선수라는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메시는 월드컵에서 총 76차례 찬스를 창출했다.
최근 월드컵 6경기만 놓고 봐도 수치는 압도적이다. 메시는 10골 2도움, 총 12골에 관여했다.
BBC 패널로 나선 전 웨일스 수비수 애슐리 윌리엄스는 "우리가 역대 최고의 선수를 보고 있는 것인가. 가능하고, 충분히 논쟁할 가치가 있다"라며 "우리는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를 방금 목격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전 잉글랜드 미드필더 대니 머피도 "메시는 자유로운 역할 속에서 계속 좋은 위치를 찾아 들어간다. 그의 축구 지능은 차원이 다르다. 공간을 찾고 타이밍을 잡는다. 내가 본 최고의 선수"라고 평가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 멤버인 프랑스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 역시 "메시는 신체적으로 고통받고 있지 않다. 건강한 생활 방식을 잘 관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래 뛸 수 없다. 그는 믿기 어려운 선수다. 계속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가 메시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전 잉글랜드 공격수 크리스 서튼은 BBC 라디오 5 라이브에서 "아르헨티나를 위한 메시의 마법이 다시 나왔다. 골뿐 아니라 팀에 기여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그는 큰 순간을 위한 작은 선수"라고 말했다.
이어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선수들도 골에 기여하기를 바랄 것이다. 아르헨티나가 메시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아니,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덧붙였다.
2016년 메시는 대표팀과 이별하려 했다. 우승하지 못한 고통이 너무 컸다. 10년 뒤 그는 월드컵 디펜딩 챔피언의 주장으로, 월드컵 역사상 최다 득점자로 다시 서 있다.
대표팀 은퇴 선언에서 월드컵 최다골까지. 메시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