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5만 섬나라의 월드컵 선수의 일주일은 어떨까..."우린 자격 없다고? 골도 넣고 승점도 땄다"

스포츠

OSEN,

2026년 6월 24일, 오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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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퀴라소는 이번 월드컵의 기록 제조기다. 인구와 면적 기준 역대 월드컵 본선에 오른 가장 작은 나라다. 78세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회 최고령 사령탑이다. 개막 전 우승 가능성도 가장 낮은 팀 중 하나였다.

미국 'ESPN'은 24일(이하 한국시간) "국가 연주 전부터 울고 있었다: 2026 월드컵 선수의 일주일"이라는 제목으로 퀴라소 공격수 제르바네 카스타니어의 월드컵 여정을 전했다.

퀴라소 인구는 약 15만 8,000명이다. 독일과 1차전을 치른 휴스턴 스타디움에는 퀴라소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 카리브해의 작은 섬 퀴라소는 네덜란드 왕국을 구성하는 지역이며, 이번 대표팀 26명 중 25명은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다.

독일,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와 함께 E조에 묶인 퀴라소를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골 하나 넣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래도 퀴라소는 독일전에서 월드컵 첫 골을 넣었고, 에콰도르전에서는 0-0 무승부로 역사적인 첫 승점을 따냈다.

ESPN은 카스타니어의 시선으로 퀴라소의 첫 월드컵 일주일을 세 부분으로 나눠 소개했다.

PART I. 독일전, 국가가 나오기도 전에 흐른 눈물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퀴라소는 대회를 앞두고 스코틀랜드에 1-4로 패한 뒤 아루바를 4-0으로 꺾고 미국으로 향했다. 선수단은 고향에서 영웅처럼 배웅받았다. 오래된 스쿨버스를 개조한 푸른색 버스는 퀴라소 대표팀의 상징이었다. 선수들이 버스 안에서 춤추는 영상은 독일과 개막전을 앞두고 소셜 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졌다.

카스타니어는 "우리는 그 버스를 사랑한다. 창문이 없어서 섬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고,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행운을 빈다', '사랑한다'라고 외친다. 그 연결감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월드컵 현장에서는 그 버스를 가져오지 못했다. 대신 퀴라소 국기가 그려진 새 버스를 탔다. 음악은 그대로였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말할 때만 볼륨이 내려갔고, 말이 끝나면 다시 음악이 커졌다.

독일전을 앞둔 아침, 카스타니어는 같은 방을 쓰던 켄지 고레와 창밖의 비를 봤다. 그는 "비는 신이 행복하다는 신호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장에 도착한 뒤 감정은 더 커졌다.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가족을 봤다. 카스타니어는 평소 눈물을 보이지 않던 동료들도 가족을 보고 울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어머니, 아버지, 여동생, 여자친구, 아들을 봤다. 형은 함께하지 못했다. 카스타니어의 부모는 더 나은 삶을 찾아 퀴라소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이주했다. 그는 로테르담에서 태어났지만, 집 안의 언어와 음식은 퀴라소의 것이었다.

카스타니어는 "가끔은 내가 잘못된 나라에서 태어난 것 같았다.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무언가 빠진 느낌이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랐고, 교실에서 유일한 흑인일 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 연령별 대표팀에서 뛰었다. 퀴라소는 계속 그를 불렀다. 그는 결국 퀴라소를 택했다.

독일전 입장 순간, 감정은 폭발했다. 카스타니어는 "국가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울고 있었다. 우리 국가의 첫 음이 들렸을 때 감정이 밀려왔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뜻이었다. 퀴라소가 세계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경기는 어려웠다. 독일은 일찍 앞서갔다. 전반 21분 퀴라소가 반격했다. 오른쪽 수비수 리바노 코메넨시아가 강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넣었다. 퀴라소의 월드컵 본선 첫 골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카스타니어는 "그 골은 절대 잊지 못한다. 순수한 기쁨이었다. 이미 0-5로 뒤진 상황의 늦은 골이 아니었다. 1-1을 만드는 골이었다. 우리는 이 무대에 속해 있다고 느꼈다"라고 했다.

독일은 이후 차이를 만들었다. 전반은 1-3로 끝났고, 카스타니어가 투입됐을 때 점수는 1-6이었다. 최종 스코어는 1-7. 퀴라소에는 가혹한 패배였다.

카스타니어는 "결과는 가혹했다. 두 골 정도는 많았다고 느꼈다. 하루 전체의 위대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축구선수로서는 이기고 싶었고, 이기지 못하더라도 7골을 내주고 싶지는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그날 밤 버스에는 파티도, 음악도 없었다.

PART II. 독일전 이후, 에콰도르전을 준비한 퀴라소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퀴라소는 독일전 당일 밤 플로리다 보카러톤 베이스캠프로 돌아갔다. 다음 상대는 에콰도르였다.

대표팀의 일과는 단순했다. 오전 8시 30분 아침 식사, 오전 10시 훈련, 낮 12시 30분 팀 미팅, 오후 1시 점심 식사, 오후 7시 30분 저녁 식사, 밤 11시 30분 객실 복귀였다.

ESPN에 따르면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전 뒤 선수들에게 1-4 정도였다면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7실점은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카스타니어는 "아드보카트 감독님은 독일전의 특정 장면에 화가 나 있었다. 에콰도르전에서는 더 촘촘하게 수비해야 하고, 우리 시스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라고 전했다.

훈련 분위기도 진지했다. 기회를 놓치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목소리가 바로 올라갔다. 카스타니어는 "그는 우리를 날카롭게 유지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팀 내부에는 규율도 있었다. 카스타니어와 레안드로 바쿠나는 벌금 담당이었다. 지각하면 벌금을 냈다. 처음에는 벌금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제시간에 움직인다고 했다.

언어도 퀴라소 대표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네덜란드어로 이야기한다. 선수단 대화는 네덜란드어 60%, 퀴라소 언어 40% 정도다. 카스타니어는 "퀴라소의 뿌리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카스타니어의 월드컵 여정에는 개인사도 있다. 그는 2017년 1월 ADO 덴하흐 소속으로 뛰다 오른쪽 눈을 크게 다쳤다. 마인츠 이적을 앞둔 시점이었다. 공이 상대 축구화 밑창에 맞고 튀어 올라 그의 눈을 강타했다.

망막은 거의 떨어져 있었다. 시야는 0%에 가까웠다. 그는 두 차례 수술을 받았고, 회복에는 6개월이 걸렸다. 마인츠는 치료 비용을 부담했지만, 이적은 무산됐다.

카스타니어의 아버지는 당시 마인츠와의 회의에서 "바퀴가 세 개뿐인 차를 사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카스타니어는 처음에는 그 말에 분노했다. 지금은 이해한다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는 이후 독일 2부 카이저슬라우테른으로 향했다.

카스타니어는 몸에 새긴 동물 문신도 가족과 연결된다고 했다. 코끼리 문신은 가족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그는 "코끼리는 공격받을 때 큰 코끼리들이 원을 만들고 어린 코끼리들을 가운데 둔다. 가족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PART III. 에콰도르전,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에콰도르전을 앞둔 경기 당일 오전, 주장 바쿠나는 선수단 앞에 섰다. 그는 퀴라소 유소년팀 영상을 보여줬다. 9세 이하 팀부터 20세 이하 팀까지 어린 선수들은 대표팀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승패와 관계없이 이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싶다고 했다.

카스타니어는 "8년 전 내가 시작했을 때 우리는 축구를 지도 위에 올려놓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웠다. 퀴라소는 늘 야구의 나라였다. 이제는 많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싶어 한다. 그게 우리를 정말 행복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퀴라소는 에콰도르를 상대로 월드컵 이변 중 하나를 만들었다. 0-0 무승부였다. 카스타니어는 후반 38분 투입돼 막판 버티기에 힘을 보탰다. 골키퍼 엘로이 룸은 15개의 선방에 가까운 활약으로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경기 후 룸은 2019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전 동료 자이르지뉴 피터를 추모하는 티셔츠를 들어 올렸다.

카스타니어는 "우리의 영웅은 엘로이였다. 독일전 뒤 몇몇 사람들은 그를 나쁜 골키퍼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그를 사랑한다. 그는 수많은 경기에서 우리를 지켜냈다"라고 말했다.

퀴라소의 힘은 단결이었다. 카스타니어는 "우리의 강점은 형제애와 함께하는 마음이다. 나는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그것을 느꼈다. 에콰도르를 막으면서도 승리를 노리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경기 후 라커룸에는 네덜란드 국왕 빌럼알렉산더르와 막시마 왕비, 아리아네 공주가 찾아왔다. 이들은 춤추는 퀴라소 선수들과 함께했다.

돌아가는 버스에는 작은 파티가 열렸다. 선수들은 카스타니어가 받은 옐로카드를 보며 웃었다. 그는 "사실상 두 명을 걷어찼다"라고 말했다. 동료들은 그 장면이 팀에 에너지를 줬다고 했다.

카스타니어는 그 순간 가족을 떠올렸다고 밝혔다. 매체 설명에 따르면 어릴 때 집안의 많은 것이 그의 축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아버지는 매주 토요일 그와 함께했다. 여동생은 체조를 했지만, 아버지는 그곳에 자주 가지 못했다. 그는 가족이 이 여정에 함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고 했다.

카스타니어는 "이 모든 것은 그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퀴라소에는 아직 코트디부아르전이 남아 있다. 모두가 퀴라소는 월드컵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한 골도 넣지 못하고, 승점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퀴라소는 골을 넣었다. 승점도 얻었다. 튀르키예는 이미 탈락했지만, 퀴라소는 아직 남아 있다.

카스타니어는 말했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우리는 싸울 것이다. 우리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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