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때문에 짜증난다, 정신 승리하지 않는 선수" 왜 홈런 치고 두 번 사과했나, 감독도 인정한 '미친 승부욕'

스포츠

OSEN,

2026년 6월 25일, 오전 01:08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객원기자] KBO리그 MVP의 위엄을 메이저리그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연일 계속되는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향한 극찬이 끊이지 않는다. 실력만큼 인성과 승부욕도 인정받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애슬레틱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 시즌 5호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 3출루 1도루 활약을 펼치며 샌프란시스코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그 전날(2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3타수 무안타 침묵을 빠르게 극복한 이정후는 시즌 타율을 3할3푼1리(266타수 88안타)로 끌어올렸다. 이 부문 리그 전체 1위 오토 로페즈(마이애미 .337)와 격차를 6리 차이로 좁혔다. 

2회 첫 타석부터 이정후의 홈런이 폭발했다. 애슬레틱스 우완 선발 애런 시베일의 2구째 한가운데 몰린 커터를 공략, 오라클파크에서 가장 깊은 우중간 담장 밖으로 넘겼다. 시속 99.9마일(160.8km), 발사각 30도로 날아간 비거리 414피트(126.2m) 홈런. 이정후의 개인 최장거리 홈런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주관 방송사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중계진도 감탄했다. 해설가 마이크 크루코는 “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넘어갔다”며 “지금 이정후가 보여주는 모습은 한국에서 매년 보여주던 것이다. 그는 리그MVP였다. (메이저리그) 첫 해에는 부상을 당했고, 지난해에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올해 이 리그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상대를 파악하고, 투수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그런 점이 타격에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 올 때 자신이 바라던 모습을 보주여고 있다”며 완전히 적응했다고 평가했다.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 포스트게임에 나온 해설가 리치 오릴리아도 이정후의 홈런을 언급하며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팬들이 이정후를 영입할 때 기대했던 바로 그 선수다. 부상도 있었고, 미국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이나 한국과 다른 메이저리그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지금 보여주는 꾸준함은 놀랍다”고 말했다. 

대형 홈런이 터졌지만 이정후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오릴리아는 “이정후에게서 2루타, 3루타를 더 볼 수 있겠지만 파워는 그의 야구에 큰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좌타자가 홈런을 치기 어려운 오라클파크에서 뛰는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보다 중요한 건 득점 생산력이다. 꼭 홈런을 쳐야만 득점을 내는 건 아니다. 단타, 2루타, 3루타로도 득점할 수 있다. 올해 우리가 이정후에게서 본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며 지금처럼 중장거리 타격만으로도 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홈런만큼 인상적인 장면이 또 있었다. 3회 수비에서 이정후는 애슬레틱스 선두타자 콜비 토마스의 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했다. 바람의 영향이었는지 평범한 뜬공 타구가 이정후의 글러브 안쪽을 맞고 떨어졌다. 계속된 무사 2루에서 선발투수 로비 레이는 맥스 먼시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했다. 자신의 실책 이후 나온 실점에 마음이 쓰였는지 이정후는 이닝이 끝난 뒤 레이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레이도 이정후의 악수를 받아주며 등을 두드려줬다. 레이는 8이닝 2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시즌 6승(6패)째. 

[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레이에 대한 투구 평가를 하다 이정후의 사과를 언급했다. 그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실책 후 덕아웃에서 이정후와 레이가 포옹했던 장면이다”며 “힘껏 달려 타구를 열심히 따라가놓고 잡아야 할 때 순간적으로 긴장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우리 모두 이정후가 얼마나 열심히 경기에 임하는지 알고 있다. 긴장을 푸는 순간이 거의 없다. 실책은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선두타자가 실책으로 나갔지만 레이는 실점을 최소화하며 팀의 리드를 지켜냈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정후는 8회 공격 중 투구를 마친 레이에게 다가가 또 한 번 사과하며 진심을 전했다. 

바이텔로 감독이 이정후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장면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6회 볼넷 출루 후 2루 도루하는 과정에서 이정후는 애슬레틱스 2루수 제프 맥닐의 팔꿈치에 턱이 부딪쳤다. 아찔한 충돌로 충격받은 이정후가 2루에 잠시 누워있었고, 바이텔로 감독이 트레이너, 통역 한동희 씨와 함께 덕아웃에서 나와 상태를 직접 살폈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정후는 턱을 어루만지며 통증을 호소했지만 교체되지 않고 경기를 끝까지 다 뛰었다. 

바이텔로 감독은 “이정후가 턱을 맞은 뒤 잠시 정신이 멍했다. 두통도 조금 있었지만 잠깐 시간을 가진 뒤 상태가 나아졌다”며 “이정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인한 선수다. 한국에서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자신의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 않을 뿐이다. 정말 강인한 선수다. 좋은 타구를 날려도 안타가 되지 않으면 만족하지 않는다. 너무 강인해서 나를 짜증나게 할 때가 있다. 그는 정신 승리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이정후의 강인한 정신력과 승부욕을 거듭 칭찬했다. /waw@osen.co.kr[사진]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6회 2루 도루 과정에서 애슬레틱스 2루수 제프 맥닐과 부딪쳐 턱을 맞은 뒤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