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골키퍼들의 손끝에서 공이 계속 빠져나간다.
영국 '가디언'은 25일(한국시간) "2026 FIFA 월드컵 공인구 트리온다가 조별리그 최대 논란 중 하나로 떠올랐다. 골망을 흔든 슈팅이 전부 선수의 발끝에서만 나온 게 아니라는 의심이다. 공이 발을 떠난 뒤 예상보다 빠르게 뻗고, 골키퍼가 손을 댄 뒤에도 그대로 밀고 들어가는 장면이 반복됐다"고 보도했다.
알제리 골키퍼 루카 지단은 리오넬 메시의 슈팅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요르단전에서도 니자르 알 라시단의 슈팅을 흘렸다. 세네갈의 에두아르 멘디, 이라크의 아흐메드 바실도 막을 수 있어 보였던 공을 놓쳤다. 골키퍼 개인 실수로만 넘기기엔 비슷한 장면이 너무 자주 나왔다.
공인구 트리온다는 대회 전부터 화려했다. 캐나다, 멕시코, 미국 3개 개최국을 상징하는 빨강, 초록, 파랑을 입었다. 네 개 패널 구조와 깊은 홈, 표면 엠보싱을 앞세웠다. 공 안에는 500Hz 모션 센서가 들어가 VAR 판정에도 데이터를 보낸다. 기술은 늘었고, 공은 더 복잡해졌다.
논란은 공기 흐름으로 옮겨갔다. 한국과 일본 연구진은 트리온다를 풍동 실험에 넣고 비행 특성을 측정했다. 공이 특정 속도에 닿으면 주변 공기 흐름이 바뀌고, 저항이 줄어드는 구간이 생긴다. 이른바 드래그 크라이시스다. 골키퍼가 발끝에서 출발한 속도로 공을 읽는 순간, 실제 공은 한 박자 더 빠르게 들어올 수 있다.

트리온다의 깊은 홈과 패널 연결부는 그 현상을 더 낮은 속도에서 만들 수 있는 구조로 지목됐다. 공이 패널을 맞았는지, 홈을 맞았는지에 따라 반응도 달라진다. 슈팅이 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속도다. 궤적은 읽었는데 손이 늦는 장면이 그래서 나온다.
2010년 남아공 대회의 자블라니 악몽도 다시 불려 나왔다. 당시 골키퍼들은 갑자기 흔들리는 공에 시달렸다. 트리온다는 자블라니처럼 매끈한 공이 아니다. 오히려 거친 표면과 깊은 홈으로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설계였다. 그런데 그 안정 장치가 다른 방식의 혼란을 만들고 있다.
슈터들에게는 선물이다. 메시와 음바페는 박스 밖에서도 골문을 본다. 골키퍼가 반응하기 전에 공이 손끝을 지나간다. 수비가 한 발 늦고, 골키퍼도 한 박자 늦는다. 2026년 월드컵의 골 폭발 뒤에는 슈퍼스타의 발과 함께 작은 공 하나가 있다.
월드컵은 적응 싸움이다. 골키퍼들은 이제 트리온다의 속도를 다시 읽어야 한다. 손으로 막을 수 있는 공인지, 몸으로 버텨야 하는 공인지 판단해야 한다. 트리온다는 예쁜 공이 아니라, 골키퍼의 눈과 손을 동시에 시험하는 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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