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박지성의 목소리는 경기 종료 휘슬보다 더 매서웠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남아공에 0-1로 졌다. 체코전 2-1 승리 뒤 멕시코전 0-1, 남아공전 0-1. 조별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서 한국의 스코어보드에는 숫자 0만 남았다. 승점 3, 골득실 -1. 32강 가능성은 살아 있지만, 경기력은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박지성은 해설석에서 한국의 공격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그는 한국이 정말 이기기 위해 준비한 경기였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남아공전 패배 하나만 겨냥한 말이 아니었다. 두 경기 연속 무득점, 마지막 패스 실종, 박스 안 숫자 부족, 교체 뒤에도 바뀌지 않은 공격 흐름이 한꺼번에 묶였다.
시작은 오히려 한국 쪽이었다. 전반 2분 김민재의 헤더가 골라인에서 막혔고, 이강인의 슈팅도 골문을 넘겼다. 초반 두 장면은 한국이 잡을 수 있었던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그 뒤 한국은 남아공을 몰아붙이는 대신 공을 돌렸다. 전진 패스는 수비 발에 걸렸고, 측면 크로스는 박스 안 숫자 싸움에서 밀렸다.
손흥민은 선발에서 제외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됐지만 경기의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손흥민이 내려와 공을 받으면 박스 안에 사람이 줄었다. 손흥민이 침투하면 공이 늦었다. 남아공은 한국의 공격 방향을 읽고 라인을 좁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공격은 폭이 넓어지는 대신 힘이 빠졌다.
박지성의 비판이 더 날카롭게 들린 이유는 비교 대상이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한국은 당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준비 부족, 공격 실종, 무기력한 마무리라는 단어가 12년 뒤 다시 떠올랐다. 이번에는 대회 구조가 바뀌어 조 3위에게도 32강 문이 열렸지만, 내용의 불안은 숨길 수 없었다.
남아공은 한국보다 공을 오래 잡지 않아도 됐다. 필요한 순간만 골문 앞으로 달렸다. 후반 18분 모레미의 패스가 한국 수비 사이를 갈랐고, 마세코가 왼발로 결승골을 넣었다. 남아공은 이후 라인을 내리고 버텼다. 한국은 공을 잡고도 골문 앞에서 슈팅 각도를 만들지 못했다.
박지성의 말은 대표팀 내부를 향한 경고로 남는다. 한국은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동시에 보유하고도 마지막 두 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름값은 있었지만 장면이 없었다. 공격 계획이 보이지 않는 팀은 토너먼트에 가도 버티기 어렵다.

32강 진출 여부는 다른 조 결과가 정한다. 그러나 남아공전의 내용은 이미 기록으로 남았다. 한국은 이겨야 할 경기에서 주장 카드를 벤치에 두고 시작했고, 후반에는 그 카드를 꺼내고도 골을 만들지 못했다. 박지성이 꺼낸 2014년의 그림자는 경기장 조명이 꺼진 뒤에도 한국 축구 위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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