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에 그쳤다. 각 조 3위 중 상위 8개 팀까지 토너먼트에 오르는 대회 방식에도 다른 팀 발끝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행운은 없었고 남은 조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탈락이 확정됐다. 사실 행운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찾아오는 법이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에 다시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비기기만 해도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공전은 재앙에 가까웠다. 선수들의 몸은 마치 집단 식중독에 걸린 것처럼 무거웠다. 공격은 상대가 알고 막을 정도로 단조로웠다. 벤치는 지고있는데도 수비적인 스리백을 유지하는 등 전혀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홍 감독의 경기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실점 이후에도 대표팀은 마치 앞서고 있는 팀처럼 움직였다. 간절함은 보이지 않았다. 상대를 흔들 플랜B도, 경기 흐름을 뒤집을 과감한 승부수도 없었다.
패배 뒤 “데이터로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감독의 발언은 더 큰 논란을 불렀다. 지도자가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 어떻게 실패를 복기하고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경우의 수’도 희망고문에 그쳤다. 남아공전 직후만 해도 한국은 조 3위 경쟁에서 비교적 유리한 위치였다. 축구통계업체는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87%로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조 결과가 하나둘 불리하게 흘러가며 순위는 밀렸다. 결국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역전패 당하면서 마지막 불씨마저 꺼졌다. 87%는 0%가 추락했다. 사실 행운도 실력이 뒷받침돼야 찾아오는 법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하늘이 외면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이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이번 실패는 홍 감독에게 특히 뼈아프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도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그때는 그래도 지역예선 통과 후 급박하게 지휘봉을 잡아 팀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다는 변명이라도 있었다.
이번에는 월드컵 2년 전부터 팀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지역예선부터 차근차근 팀을 만들 수 있었다. 게다가 브라질 대회 때는 선수들의 면면이 떨어졌다면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황인범 등 이름값 높은 선수들도 있었다. 심지어 조편성 및 대진운까지 따랐다. 같은 경기장에서 두 경기 연속 치르는 등 이동의 부담도 덜했다. 그런데 결과는 또 실패였다. 이번엔 핑계나 변명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장 손흥민도 아쉬움을 남겼다. 네 번째 월드컵 무대였지만 공격포인트 없이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을 세울 기회도 사라졌다. 다만 개인 한 명의 부진으로 돌리기엔 대표팀 전체 구조가 더 심각했다. 손흥민을 어떻게 쓸지, 이강인을 어디서 살릴지, 김민재를 중심으로 수비를 어떻게 안정시킬지에 대한 답이 끝내 보이지 않았다.
박지성 JTBC 해설위원은 탈락 후 “몇 년 전부터 이 결과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며 “10년 동안 배우고도 또 까먹었다”고 비판했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결과도 잃고, 내용도 잃었다. 8강을 외쳤지만 현실은 32강도 넘지 못한 조기 탈락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실패가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독 선임 과정의 논란, 전술 부재, 선수 활용 실패, 위기 대응 부족이 한꺼번에 터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지우고 싶은 대회로 남게 됐다. 그러나 지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책임을 묻고, 원인을 따지고, 구조를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실패는 또 반복된다. 이번 참사는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다. 준비가 부족했던 팀의 예정된 추락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