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사포판(멕시코), 이대선 기자]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6일(한국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훈련을 진행했다.대한민국은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에 머물렀다.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기회를 놓쳤고, 이제는 다른 조 경기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훈련에 앞서 대한민국 홍명보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6.26 /sunday@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28/202606281126771496_6a4087c1d9103.jpg)
[OSEN=정승우 기자] 월드컵은 감독, 코치, 선수들만의 대회가 아니다. 국민이 함께 울고 웃는 대회다. 그래서 더 무겁게 반성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를 1승 2패, 승점 3, 골득실 -1로 마쳤다. 출발은 좋았다. 체코를 2-1로 꺾으며 기대를 키웠다. 멕시코에 0-1로 패한 뒤에도 기회는 남아 있었다. 최종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32강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대표팀은 그 기회를 놓쳤다. 남아공에 0-1로 졌다. 결과만 나쁜 것이 아니었다. 경기력도 답답했다. 토너먼트 진출이 걸린 경기에서 한국은 충분히 날카롭지 못했고, 충분히 절박해 보이지도 않았다. 잡아야 할 경기에서 잡지 못했고, 버텨야 할 경기에서 버티지 못했다.
그 대가는 선수단만 치른 것이 아니다. 팬들도 함께 치렀다. 남아공전 패배 이후 한국의 운명은 다른 조 경기로 넘어갔다. 팬들은 계산기를 꺼내 들었다. 어느 팀이 이겨야 하는지, 어느 팀이 몇 골 차로 이겨야 하는지, 어느 경기는 비겨야 하는지 따져야 했다.
독일, 코트디부아르를 바라봤고, 일본을 응원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가나가 크로아티아를 잡아주길 바랐고, 우즈베키스탄이 콩고민주공화국을 막아주길 기대했다. 한국 축구를 응원하던 팬들이 남의 나라 경기에서 국적을 바꿔가며 희망을 붙잡았다.
이게 정상인가. 한국 대표팀이 조별리그를 제대로 치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장면이다. 남아공전에서 최소한의 결과만 챙겼어도 팬들이 새벽마다 다른 조 스코어를 보며 가슴 졸일 이유는 없었다. 대표팀이 스스로 일을 어렵게 만들었고, 국민이 그 뒷감당을 했다.
월드컵은 선수들만의 커리어 한 줄이 아니다. 감독과 코치진의 전술 시험장도 아니다. 국민에게 월드컵은 삶의 리듬까지 바꾸는 대회다.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보고, 출근길에 결과를 곱씹고, 하루 종일 대표팀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는 휴가를 내고, 누군가는 잠을 줄이고, 누군가는 긴장 속에 90분을 버틴다.
그 마음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표팀 유니폼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태극마크는 선수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민 앞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표시다. 그 무게를 알았다면 남아공전 같은 경기력은 나와서는 안 됐다.
물론 축구에서 질 수 있다. 월드컵은 쉬운 무대가 아니다. 상대도 준비하고, 변수도 많다. 패배 자체만으로 모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패배의 방식이다. 한국은 마지막 경기에서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갖고도 제대로 붙잡지 못했다. 그 뒤에는 남의 결과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독은 경기 계획과 대응을 돌아보는 수준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코치진도 준비 과정과 선수 운용을 복기했다는 말로 넘어갈 수 없다. 토너먼트 진출이 걸린 경기에서 이런 경기력을 보였다면, 책임 있는 이들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월드컵은 대표팀 내부 평가전이 아니다. 국민의 시간과 감정, 기대가 걸린 무대다. 팬들은 새벽잠을 줄였고, 다른 조 경기까지 챙기며 끝까지 경우의 수를 붙잡았다. 그 끝에 돌아온 것이 남아공전 0-1 패배와 남의 결과만 바라보는 초라한 처지였다면, "아쉽다"는 말로 끝낼 수 없다. 변명보다 사과가 먼저고, 복기보다 책임이 먼저다.
대표팀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선수 개인의 컨디션, 전술적 변수, 경기 흐름 같은 설명으로 덮기 어렵다. 잡아야 할 경기를 잡지 못했고, 비기기만 해도 됐던 경기에서 졌다. 그 결과 팬들은 코트디부아르, 일본, 가나, 우즈베키스탄까지 바라보며 남의 나라 결과에 매달려야 했다. 이 상황을 만든 쪽은 팬들이 아니다. 대표팀이다.
책임자들은 국민 앞에 고개 숙여야 한다. 감독과 코치진은 준비와 운영 실패를 인정해야 하고, 선수들도 태극마크의 무게를 다시 새겨야 한다. 월드컵은 감독, 코치, 선수들만의 대회가 아니다. 국민이 함께 짊어진 대회다.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면, 최소한 책임지는 태도라도 보여야 한다.
팬들은 끝까지 대표팀을 봤다. 실망하면서도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분노하면서도 다른 조 경기를 챙겼다. 작은 가능성 하나에도 매달렸다. 그런 팬들에게 돌아온 것은 허탈함이었다. 스스로 잡을 수 있었던 32강 티켓을 놓친 뒤, 다른 나라가 대신 잡아주길 기다리는 장면이었다.
국민에게 새벽마다 남의 나라 국기를 들게 만든 대표팀이라면, 최소한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할 책임은 있다.
대표팀은 이 분노를 들어야 한다. "아쉽다"는 말로 끝낼 일이 아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만으로 넘어갈 일도 아니다. 월드컵은 국민의 대회다. 국민의 시간, 감정, 기대가 걸린 무대다. 그 무대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면 반성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또 같은 말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경우의 수가 남았다", "아직 가능성이 있다", "다른 조 결과를 봐야 한다"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이기는 것이다. 잡아야 할 경기를 잡는 것이다. 국민에게 남의 나라를 응원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이번 조별리그 참사는 대표팀 전체에 남는 경고다. 월드컵은 선수단 내부 행사도, 감독과 선수 개인의 명예 회복 무대도 아니다. 국민이 함께 짊어진 대회다. 그 무게를 잊었다면 다시 새겨야 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이들이라면, 그 책임 앞에서 고개 숙여야 한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