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경과 아버지 박세수 씨.(사진=윤현준 프리랜서 작가 제공)
박세수 씨가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습관처럼 거리측정기를 꺼내든 순간이었다.
박현경은 “혹시 모르니까 먼저 앞 조 선수들이 거리측정기를 쓰는지 보고 사용하자”고 말했다.
불과 2주 전 겪었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현경은 지난 11일 메이저 대회 메르세데스·벤츠 제40회 한국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1번홀부터 3번홀까지 거리측정기를 사용했다가 로컬룰 위반으로 실격되는 아픔을 겪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거리측정기 사용이 허용되지만,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한국여자오픈은 해외 메이저 대회와 같은 로컬룰을 적용해 라운드 중 전자 거리측정기 사용을 금지한다. 한 차례 위반하면 2벌타, 두 번째 적발되면 실격이다.
세 홀 연속 거리측정기를 사용했던 박현경은 그대로 실격 처리됐다.
이번 어스 몬다민컵에서는 거리측정기 사용이 허용됐지만, 박현경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먼저 동반 선수들의 행동부터 확인했다.
그는 “동반 선수들이 거리측정기로 거리를 재는 걸 보고 나서야 저희도 안심하고 사용했다”며 웃었다.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한국여자오픈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했다.
박현경은 “아빠가 거리측정기를 꺼냈을 때 ‘아빠, 줘봐’ 하면서 받아서 나도 같이 사용했다. 누구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 둘 다 너무 자연스럽게 쓰던 습관이라 그날만큼은 거리측정기를 쓰면 안 된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4번홀 두 번째 샷을 준비하던 중 대회 관계자로부터 실격 통보를 받은 박현경은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코스를 떠났다.
무엇보다 마음이 무거웠던 건 스폰서와 팬들 때문이었다.
박현경은 “메르세데스·벤츠 앰배서더인데 스폰서 대회에서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게 가장 죄송했다”며 “응원하러 와주신 팬들에게도 정말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한국여자오픈에서 잘하고 싶어서 US 여자오픈 출전도 포기하고 준비했는데 네 홀 만에 경기를 마치게 돼 많이 허탈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박현경은 그 아쉬움을 일본에서 털어내고 있다.
그는 서브 스폰서 히라타 그룹의 추천으로 출전한 이번 어스 몬다민컵에서 2라운드까지 공동 선두에 오르며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3라운드 6번홀까지 1타를 잃어 합계 5언더파 공동 5위로 내려앉았지만, 아직 30홀이 남아 있는 만큼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위치다.
박현경은 “매치플레이에서 하루 36홀을 치며 우승한 경험도 있어서 체력은 자신 있다”며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우승을 의식하기보다는 내가 준비한 샷을 하나씩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욕심이 생기면 오히려 잘 안 된다는 걸 많이 배웠다. 아빠와 재미있게 플레이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에 교정 중인 백스윙을 코스에서 구현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박현경은 “백스윙을 시작할 때 클럽이 바깥으로 들리면서 뒤로 쳐져서 내려오는 ‘미스’가 있다”며 “테이크백을 최대한 스탠더드하게 시작하고 자신 있게 스윙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현경.(사진=윤현준 프리랜서 작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