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한국 축구의 추락은 감독의 짧은 입장문 낭독으로 끝났다. 대한축구협회(KFA)의 낯 뜨거운 민낯일방적인 사퇴 입장문 낭독과 공식 기자 회견 없음으로 공개됐다.
홍명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9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마련된 대표팀 베이스캠프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으로 대회를 마쳤고, 최종 성적은 34위로 확정됐다.
홍 감독의 사퇴 발표는 길지 않았다. 그는 국민이 기대했던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남긴 뒤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질문과 답변으로 책임을 따지는 자리도, 대한축구협회(KFA)가 직접 나와 이번 실패를 설명하는 공식 행사도 없었다.
처참한 실패였다. 한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48개국 체제 확대의 이점을 살리지 못했다. 조별리그 통과도, 32강 진출도 이루지 못했다. 2010 남아공 대회와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원정 토너먼트 진출을 노렸지만, 결과는 역대 9번째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숫자는 더 잔혹했다. 한국의 최종 순위 34위는 이번 대회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뒤 나온 성적이다. 과거 32개국 체제 기준으로는 본선 무대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위치다. 한국 축구 월드컵사에서 최악의 성적표가 홍명보호 2기 마지막 페이지에 박혔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은 체코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개최국 멕시코와 2차전에서 황당한 실수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승점 3을 안고도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마지막 기회는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 진출이 가능했다. 자력 통과 문이 열려 있었다. 상대는 A조 최약체로 꼽히던 남아공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중반 일격을 맞았고, 끝내 0-1로 무너졌다.
그 패배 한 번으로 홍명보호는 경우의 수에 매달렸다. 선수단은 과달라하라로 돌아와 다른 조 결과를 기다렸다. 에콰도르가 독일을 잡았고, 일본과 스웨덴은 비겼다. 세네갈은 이라크를 5-0으로 대파했다. 크로아티아와 콩고민주공화국 경기 결과까지 한국을 외면하면서 탈락은 확정됐다.
선수단은 사흘 동안 훈련장을 지켰다. 그러나 그 시간은 준비가 아니라 ‘희망 고문’에 가까웠다. 남아공전 패배 직후 사실상 잡을 수 있었던 운명의 끈은 끊어졌고, 다른 나라의 스코어보드만 쳐다보던 대표팀은 그대로 짐을 싸게 됐다.
홍 감독에게는 두 번째 월드컵 실패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을 경험했다. 2024년 7월 10년 만에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을 때, 12년 전 실패를 교훈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명예 회복이 아니었다. 한국 축구사에 또 다른 치욕이 남았다.
계약 기간도 끝까지 채우지 못했다. 홍 감독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월드컵은 중간 평가였다. 하지만 그 중간 평가는 탈락, 최악 순위, 사퇴로 끝났다.
더 큰 문제는 KFA의 태도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부터 논란을 안고 출발한 2기 홍명보호는 월드컵 본선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도 협회는 앞에 서지 않았다. 감독은 입장문을 읽고 떠났고 이어지는 귀국 행사에서도 공식 행사는 없다.
감독 한 명의 사퇴로 덮을 수 없는 실패다. 대표팀 운영, 선임 절차, 본선 준비, 경기 대응, 위기 관리까지 모두 무너졌다. 그럼에도 KFA가 내놓은 장면은 짧은 사퇴 발표와 침묵이었다. 최악의 성적표 앞에서 가장 먼저 설명해야 할 조직이 가장 뒤로 숨었다.
홍명보호는 30일부터 순차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선수들은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가고,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받아든 34위 성적표는 그대로 남는다. 과달라하라에서 끝난 것은 한 감독의 임기가 아니라, 책임을 말하지 않는 KFA의 민낯이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