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새드엔딩'으로 마무리된 홍명보의 두 번째 월드컵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6월 29일, 오전 07:17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홍명보(5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홍 감독은 29일 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 훈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기대하셨던 결과를 끝내 보여드리지 못했다. 모든 책임은 감독인 내게 있다”며 사퇴를 발표했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뒤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퇴를 선언한 뒤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라며 “오늘은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어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면서 “대표팀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별도 질의응답 없이 입장문만 발표한 뒤 회견장을 떠났다.

홍 감독의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였다. 하지만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면서 임기를 약 7개월 남기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귀국 후 차기 감독 선임과 대표팀 재건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 A조에서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쟁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 축구 사상 여섯 번째 월드컵 승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개최국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1로 패했고,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남아공전에서도 0-1로 졌다. 한국은 1승 2패, 승점 3으로 조 3위에 그쳤다.

희망은 각 조 3위 12개 팀 중 상위 8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였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조 경기 결과에 밀려 3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최종 순위는 34위.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 토너먼트 진출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 속에서도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2018년 러시아 대회 이후 8년 만이다.

홍 감독 개인에게도 뼈아픈 결말이다. 그는 선수로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02년 한일 대회까지 네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고, 2006년 독일 대회에는 코치로 참가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와 이번 북중미 대회에서는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선수, 코치, 감독을 통틀어 일곱 번째 월드컵이었다.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감독도 홍 감독이 유일하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남긴 월드컵 성적은 초라하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는 ‘의리 축구’ 논란 속에 1무 2패로 탈락했다. 12년 만에 다시 잡은 기회에서도 1승 2패로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다. 두 대회를 합친 성적은 1승 1무 4패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홍 감독은 월드컵 사령탑으로는 두 번 모두 실패를 피하지 못했다.

이번 실패는 부임 때부터 예고된 균열의 연장선이었다. 홍 감독은 2024년 7월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지만, 과정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후보들과 달리 홍 감독에게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는 국회 현안 질의에까지 출석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했지만 팬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본선에서는 전술과 운영이 도마에 올랐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역대급 전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핵심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1년 가까이 준비한 스리백 전술은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했고, 고지대 적응도 결과로 연결되지 않았다.

특히 남아공전 패배는 결정타였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상대를 상대로 승점 1도 얻지 못하면서 한국은 스스로 경우의 수 계산대로 걸어 들어갔다.

선수단장을 맡은 박항서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뼈를 깎는 반성과 성찰로 다시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홍명보호의 퇴장은 감독 한 명의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선임 논란을 수습하지 못한 축구협회, 본선에서 드러난 전술 부재, 여론의 신뢰를 얻지 못한 리더십까지 한국 축구의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다. 대표팀은 이제 실패의 원인을 냉정하게 따지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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