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고성환 기자] 한국 축구를 무너뜨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돌풍도 어렵지 않게 잠재웠다. 제시 마시 감독이 캐나다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마시 감독이 이끄는 캐나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1-0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B조 2위로 올라온 캐나다는 A조 2위 남아공을 제압하며 사상 최초로 토너먼트 진출을 달성한 데 이어 16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반대로 남아공은 한국을 탈락시키는 대이변을 쓰며 조별리그 통과라는 새 역사를 작성했지만, 캐나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저 순위인 34위로 탈락하며 32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캐나다가 초반부터 경기를 주도했다. 점유율이 매우 높지 않았지만, 남아공을 상대로 거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공격에서도 몇 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만들었으나 남아공 골키퍼 론웬 윌리엄스의 선방과 남아공 수비수 오브리 모디바의 결정적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전반은 득점 없이 끝났다.


후반전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캐나다는 계속해서 남아공을 몰아붙이며 선제골을 노렸다. 골키퍼 윌리엄스의 잇단 선방이 아니었다면 일찍 골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좀처럼 0의 균형을 깨지 못하던 캐나다는 후반 30분 부상에서 돌아온 알폰소 데이비스까지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남아공도 적극적으로 교체 카드를 활용하며 반격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승부는 마지막 추가시간에 갈렸다. 손흥민의 LAFC 동료인 미드필더 스테픈 유스타키오가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추가시간 2분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남아공 수비가 머리로 걷어냈다. 그러나 공은 아크 부근에 떨어졌고, 유스타키오가 정확한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극장골을 터트렸다.
경기는 그대로 캐나다의 1-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조별리그 A조 최종전에서 한국을 1-0으로 제압했던 남아공도 잘 버텼지만, 캐나다의 상대가 될 순 없었다. 이날 캐나다는 슈팅 12개 중 7개를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고, 큰 기회도 4차례나 창출했다. 반면 남아공은 슈팅 6회, 유효 슈팅 1회에 그쳤으며 기대 득점(xG)도 단 0.13에 불과했다.


이로써 마시 감독은 캐나다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지난 2024년 캐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최초의 미국인 감독이 됐고, 이제는 캐나다를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지도자가 됐다. 2002년 브루스 아레나 미국 대표팀 감독에 이어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거둔 두 번째 미국인 감독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마시 감독은 홍명보 감독 대신 한국 대표팀을 이끌 뻔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대한축구협회는 2024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그를 1순위 후보로 놓고 협상했다. 그러나 국내 거주 일수로 인한 세금 문제로 최종 결렬됐고, 마시 감독은 캐나다를 택했다. 그리고 2년 뒤 그는 한국을 충격 탈락시킨 남아공을 집으로 돌려보내며 캐나다의 영웅이 됐다.
영국 'BBC'에 따르면 경기 후 마시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모은 뒤 "얘들아.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함께해 온 시간을 생각해봐라. 우리가 계획을 끝까지 믿고, 우리가 어떤 팀이 되고 싶은지 지키고, 공격적으로 경기하고, 우리의 실력을 보여주고, 너희가 얼마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는지 생각해봐라"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너희는 캐나다의 영웅들이다. 앞으로 이 나라에서 축구를 하게 될 아이들에게도 영웅이다. 이 스포츠는 너희 덕분에 정말 큰 미래를 갖게 됐다"라며 "너희 스스로 정말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오늘 경기 역시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너희는 매 순간 끝까지 도전했고, 캐나다의 영웅들"이라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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