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일본 ‘레전드들’은 한국과 달랐다

스포츠

뉴스1,

2026년 6월 29일, 오전 11:00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나란히 승점 1 획득에 그치며 조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국과 일본은 2026 북중미 대회에서 상반된 결과를 냈다. 한국 축구가 12년 동안 제자리걸음에 그친 반면 이제는 당당히 우승을 외치는 일본 축구를 보면 부러울 뿐이다.

최근 한국 축구는 연령별 대표팀을 비롯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일본 축구에 고전하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이제 한국이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은 이런 우려를 제대로 실감한 무대다.

한국은 조별리그 3경기에서 1승 2패에 그쳐 최종 34위에 머물러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일본은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 스웨덴과 비기고 튀니지에 4-0 완승을 거두며 당당히 32강에 진출했다. 2018 러시아 대회 이후 3연속 조별리그 통과다.

대회 전 엔도 와타루(리버풀), 미나미노 다쿠미(모나코),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튼) 등 핵심 선수들이 쓰러졌지만 준비한 대로 경기를 운영, 세계 축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일본의 선전은 '우연'이 아니다. 철저한 준비로 이뤄낸 결실이다.

일본의 모리 마사후미 기자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일본은 결승전 진출을 염두, 전략을 세웠다. 로테이션하며 선수단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대비했다"면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일본 문화의 특징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는 대응이 늦을 수 있지만, 예상 범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정교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은 이번 대회를 위해 2년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부터 전문 분석관을 기존 4명에서 8명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대학생 분석관들도 영입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40개 팀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다. 일본 대표팀에 대한 분석도 함께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대비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열린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6.6.29 © 뉴스1 박지혜 기자


그러나 한국은 이번 대회에 단 2명의 분석관만 데려왔다. 일본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한국과 일본이 더욱 비교되는 부분은 축구계 분위기다. 일본은 축구인들이 한 팀으로 뭉쳐 월드컵에 집중했지만 한국은 좀처럼 뭉치지 않았다.

현재 일본 대표팀에는 한 시대를 대표했던 나나미 히로시, 마에다 료이치, 하세베 마코토, 나카무라 슌스케가 코치진으로 합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보좌하고 있다. 이들은 전성기를 유럽에서 보내고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한 '레전드' 출신이다.

여기에 월드컵 3회 출전한 요시다 마야(LA 갤럭시)와 부상으로 낙마한 미나미노가 팀과 동행, '최고참' 나가토모 유토(FC도쿄)와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모리 기자는 "요시다, 미나미노 같은 베테랑이 함께하면서 직접 축구화를 손질하는 모습을 보며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는다"고 이들이 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홍명보호에는 선수들에게 큰 귀감을 주는 '레전드 출신'의 코칭스태프나 베테랑이 없다.

유럽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한국 축구를 이끌었던 '레전드 출신'들은 대표팀이 아닌 방송 또는 유튜브에서 말만 할 뿐이다. 살이 되고 뼈는 조언보다 그저 대중이 원하는 발언으로 대표팀과 선수단을 흔들 뿐이다. 힘을 하나로 뭉쳐도 모자란 월드컵 무대에서 대표팀은 '외부의 소리'로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12년 전 같은 성적으로 고개를 숙였던 한국과 일본이 왜 상반된 결과를 냈는지, 대한축구협회는 물론이고 축구계 전체가 이번 대회를 되돌아봐야 한다. 이를 간과하면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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