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대부분 동의와 같다" 탈락 후 소신발언, 주장이 협회 '공개 저격' 나섰다...체코 크레이치 "대표팀, 오래전부터 실망했어"

스포츠

OSEN,

2026년 6월 29일, 오후 01:00

[OSEN=고성환 기자] 20년 만의 월드컵 무대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돌아왔다. 체코 대표팀 주장 라디슬라프 크레이치(27, 울버햄튼 원더러스)가 귀국길에서 자국 협회를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체코 '스포르트'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한 체코 대표팀을 대표해 기자들 앞에 선 사람은 주장 크레이치였다. 그는 감정이 북받친 모습으로,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입장을 밝혔다"라며 크레이치의 이례적인 발언을 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크레이치는 약 20명의 기자들 앞에서 수첩을 꺼내 든 뒤 손글씨로 적은 메모를 읽었다. 그는 "이미 많은 질문에 답했기 때문에, 제 생각을 종이에 적어오기로 했다"며 "원래는 소셜 미디어에 편지 형식으로 올리려고 했지만, 미디어 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돼 이렇게 직접 말씀드리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체코는 이번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멕시코,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A조에서 편성됐다. 무려 20년 만의 본선 진출이었던 만큼 기대감이 컸지만, 월드컵의 벽은 높았다. 체코는 첫 경기에서 한국에 1-2로 역전패했고, 남아공과 1-1로 비겼다. 그리고 멕시코에 0-3으로 대패하며 A조 꼴찌, 전체 39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쉬움을 안고 돌아온 체코 대표팀. 한국을 상대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던 크레이치는 고국에 도착한 뒤 "12시간 비행 동안 한숨도 못 잤다. 생각을 읽으면서 말씀드릴 테니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월드컵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꿈이 이뤄진 무대였고,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특권이자 영광이었다. 동시에 모든 것이 이렇게 끝났다는 실망도 크다"고 말했다.

뒤이어 소신발언이 나왔다. 크레이치는 "하지만 우리의 경기력과 운영 방식에 대한 실망은 이번 대회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느껴왔다. 최고 수준의 무대에서 현실을 직시한 경험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길 바란다. 비판과 평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말을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체코 축구협회를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이어 그는 "결코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출전이 새로운 사람과 자금, 그리고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신 트렌드 속에서 활동하는 해외 지도자들에게 배우며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을 육성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체코 축구 자체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크레이치는 "그들이 우리만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선수들을 길러내고, 우리가 꾸준히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팀을 만들었으면 한다. 월드컵 같은 대회가 지금처럼 실망의 시간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탈락에 대한 책임을 피하진 않았다. 크레이치는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이야기다. 우리는 지금 현실 속에 살고 있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잠재력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고, 그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사과했다.

또한 그는 "비판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최선이 과연 올바른 방향이었는지는 의문"이라며 "변명하거나 누군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 일이 중요하고, 무언가를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침묵은 대부분 동의와 같다"고 덧붙였다.

손을 떨면서 읽을 정도로 진심 어린 고백과 문제 제기였다. 크레이치는 "나는 선수 생활 내내 가장 먼저 나 자신에게 엄격했고, 그다음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랬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개인과 팀이 가진 성격적인 장점은 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다"라며 체코 축구가 반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다. 피해자처럼 주변을 탓할 것인지, 아니면 창조자의 입장에서 각자가 스스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라며 약 2분간의 발언을 마쳤다.

스포르트는 "체코는 해볼 만한 조에서 무너졌다"라며 "크레이치와 동료 선수들은 이제 휴가를 맞이한다. 반면, 체코 축구는 대표팀 주장인 크레이치가 남긴 강한 메시지를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월드컵 탈락의 여파를 헤쳐나가야 하는 체코다. 이미 체코 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 파트리크 시크도 대표팀 운영을 지적하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1996년생으로 아직 충분히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그가 대표팀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는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떠나는 시크는 "최근 몇 년간 보여준 것보다 체코 축구는 훨씬, 훨씬 더 큰 가능성을 지닌 축구라는 생각도 함께 안고 떠난다. 이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오랫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바꿔야 한다. 이 말을 하는 것은 분노나 실망 때문이 아니다. 내가 체코 축구를 진심으로 아끼기 때문"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체코 '아이 스포르트'는 "시크는 56경기 26골로 체코 대표팀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체코와 체코슬로바키아를 통틀어 역대 9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선수로 남게 됐다. 더 큰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선수였다"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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