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공항, 민경훈 기자] 32강 진출에 실패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중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김민재, 황희찬, 설영우, 이강인 등 선수 8명이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손흥민 등 나머지 선수들은 쪼개져서 각자 귀국한다. 대표팀 귀국 본진은 30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홍명보 감독이 입국하고 있다. 2026.06.30 / rumi@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6/06/30/202606300554773934_6a42e85989df1.jpg)
[OSEN=인천국제공항, 정승우 기자] 정확히 12년이 지났다.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본 홍명보 감독과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단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뒤이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시간 차를 두고 입국했다.
뜨거운 환영은 없었다. 박수도 없었다. 별도 귀국 행사도, 공개 사과도, 공식 인터뷰도 없었다. 홍 감독은 취재진과 경비 인력에 둘러싸인 채 입국장을 빠져나왔고, 쏟아지는 욕설에 반응하지 않았다. 선수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날 홍 감독과 함께 조현우(울산),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 황희찬(울버햄프턴), 백승호(버밍엄시티), 김문환(대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설영우(즈베즈다) 등 선수 8명이 먼저 귀국했다. 손흥민(LAFC)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몇 명씩 나뉘어 7월 1일까지 귀국할 예정이다.
공항 분위기는 무거웠다. 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 이후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 현장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경찰관과 경비 인력이 배치됐다.
홍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팬들의 거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돈 뱉고 나가!", "한국에서 꺼져!", "너 여기서 못 살아 이제!", "홍명보 나가!"라는 욕설이 입국장 안팎에서 들렸다. 홍 감독은 별다른 반응 없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공항에서 만난 팬 조성근 씨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조 씨는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하는 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번 월드컵은 적어도 아무리 못난 감독을 뽑았어도 32강은 가겠지, 그런 마음으로 봤다. 그런데 이번 결과가 비참하지 않았나. 상당히 비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 감독의 태도에 더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씨는 "적어도 나와서 제대로 된, 국민에게 사과하는 모습이라든지 그런 게 보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보여줬던 모습은 정말 뭐라 해야 할까. '이 사람 감정이 없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라고 했다.
이어 "모든 국민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러한 모습들을 기자회견 공식 석상에서 보여줬다. 그걸 보고 저희는 또 분노했다. 그러면 그런 민심을 봤으면 적어도 인천공항에 와서는 '죄송합니다'라든지 진정 어린 사과가 있어야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감독이 입국장에서 별다른 입장 없이 빠져나간 장면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조 씨는 "방금 지나가면서 어떤 모습이었나. 전혀 그냥 무표정이었다. '아 그래, 개돼지들아 계속 짖어 봐' 하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지나가지 않았나. 패싱하고, 상당히 치졸하다. 그것도 새벽에 입국해서"라고 말했다.
12년 전 장면도 다시 소환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었던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대표팀은 2014년 6월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현장에선 일부 팬들이 엿을 던지는 장면이 벌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6월 30일이었다. 홍 감독은 12년 전과 같은 날짜, 같은 장소에서 다시 월드컵 실패 뒤 입국장을 통과했다.
조 씨는 "아까 많은 분들이 '엿을 던져라, 계란을 던져라' 하셨지만 이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엿, 계란도 아깝다. 이제는 그런 것도 아깝다. 그냥 그동안 축구 감독하면서 받은 돈, 연봉 다시 내놓고 나가세요"라고 했다.
이어 "제대로 감독직 이행 안 했으면 그게 맞는 거 아니냐. 돈 많지 않나. 그거 없다고 홍명보가 어디 서울역 가나. 아니지 않나. 그러면 그동안 받은 거 내놔야 한다. 제대로 안 했으니까"라고 덧붙였다.
대표팀 서포터즈클럽 '붉은악마' 운영위원장 조호태 씨도 현장을 찾았다. 개인적 분노보다는 팬들의 정서를 전달하고 싶다는 취지였다.
조호태 씨는 "홍명보 감독이 멕시코에 남아 있다가 온 만큼 대한민국 축구 팬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그래도 한국에 들어오는 첫 입구이지 않나. 여기서 본인의 위치가 어디인지, 어느 곳인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금 축구 팬들의 기분이 이렇다는 걸 잘 알아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소감은 짧고 무거웠다. 조호태 씨는 "똑같다. 그냥 허무하다. 저희도 나름 준비를 많이 했고 원정단들도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데 그냥 허무하게 끝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기력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기대를 안 했다. 실망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게 기대로 바뀌었고, 그래서 잘할 줄 알았다. 선수들은 열심히 뛰려고 했다. 감독의 전술이 없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라고 짚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체코를 2-1로 꺾으며 출발했다. 2회 연속 원정 월드컵 토너먼트 진출 기대감도 커졌다. 이후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0-1로 무너졌다.
1승 2패, 승점 3. 한국은 A조 3위에 머물렀다. 참가국이 48개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선 각 조 3위 12개 팀 가운데 상위 8개 팀도 32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은 3위 팀 순위에서 10위에 그쳤다. 최종 순위는 34위였다. 순위로만 보면 한국의 월드컵 참가 역사상 가장 낮은 성적이다.
대표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이후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에서 다른 조 결과를 기다렸다. 가능성은 남아 있었지만, 필요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고, 홍 감독은 전날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이 공항을 빠져나간 뒤 현장 분위기는 어느 정도 정리됐다. 팬들이 해산하고 취재진 일부도 자리를 옮긴 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시간 차를 두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 속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일부 팬이 이물질을 투척하긴 했으나, 홍 감독 입국 때처럼 큰 소란은 없었다. 정 회장 역시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감독 선임 과정부터 월드컵 본선 경기력, 조별리그 탈락까지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책임론도 피하기 어렵다. 홍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회장은 공항에서 말을 아꼈다.
2014년 6월 30일, 홍명보호는 엿이 날아드는 가운데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2026년 6월 30일, 홍명보 감독은 욕설과 야유 속에 다시 같은 공간을 통과했다.
장소는 인천공항, 날짜는 6월 30일.
홍명보 감독에게 이 날은 또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