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손흥민이 고개를 숙였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30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 대한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남겼다. 대표팀은 48개국 체제 첫 월드컵에서 3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기대는 8강이었다. 결과는 조별리그 종료였다.
한국은 A조에서 1승 2패, 승점 3에 그쳤다. 첫 경기 체코전 2-1 승리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멕시코전 0-1 패배, 남아공전 0-1 패배가 이어졌다. 마지막 경기 남아공전은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로 32강에 직행할 수 있었던 90분이었다. 그 90분이 한국 축구의 가장 아픈 장면으로 남았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골도 없었고 도움도 없었다. 주장 완장은 찼지만 흐름을 바꿀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멕시코전에서는 교체 아웃됐고, 남아공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 축구의 상징이 마지막 승부에서 벤치에서 출발한 장면은 탈락 뒤 더 큰 논란으로 번졌다.
손흥민은 팬들에게 미안함을 먼저 꺼냈다. 경기 결과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실망과 분노를 알고 있다면서도 선수들을 향한 비난보다 지지를 부탁했다. 대표팀 주장으로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과 후배들이 짊어질 부담을 나눠 들겠다는 메시지였다.
이번 월드컵은 손흥민 개인에게도 잔인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부터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2026 북중미 대회까지 네 번의 월드컵을 뛰었다. 2022 카타르에서는 안와골절 수술 직후 마스크를 쓰고 나서 포르투갈전 극적인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그때는 손흥민의 질주가 황희찬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
대표팀은 이름값만 보면 역대급 전력이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황인범 등 유럽파 핵심 자원이 대거 합류했다.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 울버햄튼, 페예노르트, 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대표팀 골격을 이뤘다. 그러나 조별리그 3경기에서 한국은 2골에 그쳤다. 체코전 이후 두 경기 연속 무득점이었다.
탈락의 무게는 손흥민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홍명보 감독은 대회 탈락 뒤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선발 구성, 교체 타이밍, 손흥민 활용, 남아공전 경기 운영이 모두 도마 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그 혼란 속에서도 선수단을 먼저 언급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되, 동료와 후배들에게 향하는 공격은 막아보려는 주장의 문장이었다.
손흥민의 대표팀 미래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는 이미 2024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고민한 적이 있었다. 이번 대회 전에도 북중미 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인지 묻는 질문이 따라붙었다. 손흥민은 대회 전 그 선을 긋지 않았다. 탈락 뒤에도 대표팀을 향한 마음을 접겠다는 표현은 없었다. 팬들이 필요로 하는 한 다시 준비하겠다는 취지의 말로 메시지를 닫았다.
한국 축구는 이제 손흥민 이후와 손흥민의 남은 시간을 동시에 계산해야 한다. 33세 손흥민은 여전히 대표팀의 가장 큰 이름이다. 하지만 4년 뒤 월드컵까지 같은 방식으로 그에게 모든 짐을 맡길 수는 없다. 이강인과 배준호, 오현규, 양민혁 등 다음 세대가 더 빨리 중심으로 올라와야 한다.
손흥민의 사과문은 한 경기의 패배를 넘어 한 시대의 균열을 드러냈다. 2022년 포르투갈전 질주로 한국 축구를 16강으로 끌어올렸던 주장은 2026년 남아공전 벤치 출발과 조별리그 탈락 앞에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손흥민의 다음 A매치는 주장 완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가 그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답부터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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