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월드컵 맞대결은 결승에서만 열린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은 서로 다른 쪽에 배치됐다. 팬들이 기대했던 8강 또는 4강 맞대결은 사라졌다. 두 선수가 월드컵 무대에서 직접 충돌하려면 양 팀 모두 마지막 경기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결승은 7월 20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메시와 호날두는 현대 축구를 양분한 이름이다. 클럽 무대에서는 수없이 비교됐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와 엘 클라시코에서 시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아직 직접 맞붙은 적이 없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메시가 우승했고,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8강에서 모로코에 막혔다. 2026년은 두 선수에게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으로 받아들여진다.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도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메시는 조별리그에서 6골을 넣었다. 월드컵 7경기 연속 득점 기록도 세웠고, 월드컵 통산 득점 기록도 더 늘렸다. 39세 공격수의 발끝은 여전히 아르헨티나 공격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아르헨티나의 32강 상대는 카보베르데다. 장소는 마이애미다. 메시가 미국 프로축구 인터 마이애미에서 뛰고 있는 도시권이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토너먼트를 메시의 미국 무대와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셈이다. 상대는 이번 대회 최고의 언더독이다. 카보베르데는 월드컵 토너먼트에 오른 가장 작은 나라라는 기록을 세웠다.
호날두의 길은 더 험하다. 포르투갈은 조 2위로 토너먼트에 올라 크로아티아를 만난다. 첫 관문부터 만만치 않다. 크로아티아는 월드컵 토너먼트 운영에 익숙한 팀이다. 루카 모드리치의 시대가 지나도 중원과 경기 관리 능력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포르투갈이 크로아티아를 넘더라도 스페인 등 강팀과 맞붙을 수 있는 대진이 기다린다.
메시와 호날두의 대진표는 상징적이다. 두 선수는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는 서로를 피하듯 엇갈렸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은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로 동시에 거론된 적도 많지 않았다. 2026년에는 둘 다 토너먼트에 남았다. 그러나 대진표는 둘을 가장 먼 곳에 놓았다. 결승이 아니면 만날 수 없다.
결승 맞대결은 축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흥행 카드다. 메시가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노리고, 호날두가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노리는 그림이다. 메시에게는 디펜딩 챔피언의 왕관 방어전이다. 호날두에게는 국가대표 커리어에서 비어 있는 마지막 칸을 채울 기회다. 두 선수가 결승 터널에서 마주 선다면, 그것만으로 월드컵사는 한 장을 더 쓰게 된다.
하지만 길은 길다. 아르헨티나는 카보베르데를 넘어야 하고, 이후에도 매 라운드 변수를 견뎌야 한다. 토너먼트에서는 이름값보다 한 번의 세트피스, 한 번의 퇴장, 한 번의 실수가 더 크다.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크로아티아전부터 쉽게 흘러갈 경기가 아니다. 호날두의 몸 상태와 포르투갈 공격 조합도 매 경기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 팬들에게도 이 대진은 강한 흡입력을 가진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월드컵의 시선은 여전히 메시와 호날두를 향한다. 2022년 한국은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올랐다. 그 대회 끝에서 메시는 우승컵을 들었다. 4년 뒤 북중미에서 두 선수의 길은 결승이라는 가장 높은 곳에서만 만난다.
월드컵은 잔인한 대회다. 한 시대를 대표한 두 선수가 같은 결승에 설 확률은 숫자로만 보면 높지 않다. 그래도 대진표는 문을 닫지는 않았다. 메시와 호날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면, 7월 20일 새벽 한국 축구 팬들은 축구사의 가장 큰 비교를 한 경기 안에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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