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앞에서 드러난 차이...비엘사는 자신을 태웠고, 홍명보는 침묵 택했다

스포츠

OSEN,

2026년 7월 01일, 오전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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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실패한 감독도 감정은 다르게 남는다. 마르셀로 비엘사 우루과이 감독은 자기 자신에게 분노했고, 홍명보 감독은 "우리도 모르겠다"는 말을 남겼다.

우루과이와 한국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나란히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두 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두 감독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차이는 실패를 마주한 표정과 언어였다.

우루과이를 이끈 비엘사 감독은 스페인전 0-1 패배 뒤 무너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노는 선수나 환경, 판정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했다.

비엘사 감독은 “나는 이 실망스러운 결과에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팀에서 보낸 시간이 어떻게 기억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시간이라고 답하겠다”라고 했다.

더 처절한 말도 나왔다. 비엘사는 “나는 우루과이 축구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 내가 3년간 일한 나라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뿌리내릴 수 없다”라고 했다.

자기비판을 넘어 자기부정에 가까웠다. ‘엘 로꼬’라는 별명처럼 강렬했던 감독은 마지막 순간에도 뜨거웠다. 다만 그 감정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으로 향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축구, 자신이 보낸 시간, 자신이 남긴 유산을 스스로 심판했다.

한국의 마지막은 달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은 체코를 2-1로 꺾으며 출발했지만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최종전에서도 0-1로 무너졌다. 1승 2패, 승점 3. 조 3위 12개 팀 간 경쟁에서도 10위로 밀려 32강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했다.

48개국 확대 체제에서도 탈락했다. 최종 순위는 34위였다. 순위로만 보면 한국의 월드컵 참가 역사상 가장 낮은 성적이다.

남아공전 이후 홍 감독의 말은 팬들을 더 허탈하게 했다. 그는 왜 이런 경기력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모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감독이 가장 먼저 설명해야 할 경기력의 원인을, 감독 자신도 알지 못한다고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비엘사는 실패 앞에서 자신을 태웠다. 홍 감독은 실패 앞에서 설명을 잃었다. 둘 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팬들이 받아든 감정의 온도는 달랐다.

감독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선수의 실수, 경기 흐름, 판정, 컨디션, 대회 환경까지 변수가 많다. 그래도 감독은 최소한 팀이 왜 무너졌는지 설명해야 하는 자리다. 설명이 곧 책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비엘사의 우루과이도 완벽하지 않았다. 전술 고집, 선수단과의 관계, 라커룸 분위기, 세대교체 실패까지 많은 문제가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에 자신을 향해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이 거칠고 비극적일수록, 적어도 실패를 자기 것으로 끌어안는 모습은 남았다.

홍 감독은 멕시코 현지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었다. 사퇴는 책임의 방식 중 하나다. 다만 인천공항 귀국 현장에서도 팬들과 취재진 앞에 추가 설명은 없었다. 질문은 쏟아졌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경비 인력에 둘러싸여 빠르게 공항을 빠져나갔다.

공항에 모인 팬들은 분노했다. 일부는 욕설을 쏟아냈고, 일부는 허탈함을 이야기했다.

비엘사의 기자회견장에는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가 있었다. 홍명보의 귀국길에는 팬들의 분노와 감독의 침묵이 있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실패한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닐 수 있다. 팬들이 듣고 싶은 것도 화려한 해명만은 아니다. 최소한 왜 졌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자신이 무엇을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언어다.

비엘사는 그 언어를 감정적으로 쏟아냈다. 홍명보는 그 언어를 끝내 충분히 남기지 못했다.

두 감독 모두 월드컵에서 실패했다. 비엘사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홍명보는 “우리도 모르겠다”는 말과 침묵 속에 떠났다. 그래서 두 탈락은 같은 결과였지만, 남은 감정은 전혀 달랐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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