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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해리 케인(33, 바이에른 뮌헨)이 잉글랜드를 구했다. 월드컵 역사에 남을 망신 직전, 잉글랜드를 16강으로 끌고 간 이는 결국 주장 케인이었다.
영국 'BBC'는 2일(한국시간) "진정한 슈퍼스타 해리 케인이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가장 큰 순간을 만들어냈다"라고 조명했다.
잉글랜드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을 2-1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결과만 보면 당연한 승리처럼 보일 수 있다. 경기 내용은 달랐다. 잉글랜드는 후반 막판까지 콩고에 끌려가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BBC는 이를 두고 "잉글랜드는 유로 2016 아이슬란드전 16강 패배, 1950년 월드컵 미국전 패배에 견줄 굴욕을 향해 가고 있었다"라고 표현했다.
그 순간 케인이 나섰다. 잉글랜드가 0-1로 뒤진 후반 30분, 케인은 콩고 골키퍼 리오넬 음파시를 뚫는 강력한 헤더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음파시는 경기 내내 잉글랜드의 공세를 막아내며 버텼지만, 케인의 머리까지 막지는 못했다.
케인의 진짜 순간은 후반 41분에 나왔다. 교체 투입된 앤서니 고든의 패스를 받은 케인은 수비수를 따돌린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공은 음파시가 제대로 반응하기 어려운 높은 코스로 빨려 들어갔다. 잉글랜드는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BBC는 "위대한 선수들이 하는 일을 케인이 해냈다"라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벤치는 폭발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도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나와 기뻐했다. 단순한 16강 진출의 환호만은 아니었다. 안도감이 더 컸다. 잉글랜드는 탈락 직전이었고, 투헬 감독의 거취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케인의 두 골이 모든 것을 바꿨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해리는 정말 뛰어나다. 그는 우리의 주장이고 리더다. 믿을 수 없는 마무리로 경기를 결정한다. 오늘 두 번이나 해냈다. 두 번째 골은 정말 훌륭한 골이었다"라고 말했다.
케인의 기록도 새로 쓰였다. 그는 이번 대회 5골째를 기록했다. 골든부트 경쟁도 본격화됐다. BBC는 케인, 킬리안 음바페, 엘링 홀란, 리오넬 메시가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투헬 감독은 "그들은 모두 상어 같다. 피 냄새를 맡는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이번 월드컵의 대형 선수들은 서로를 보는 것 같다. 그러고는 '내 차례다. 내가 골을 넣고, 해트트릭을 한다'는 식이다. 미쳤다"라고 했다.
케인은 월드컵 통산 13골로 펠레를 넘어 역대 월드컵 득점 공동 6위에 올랐다. 잉글랜드 대표팀 통산 득점은 84골이 됐다. 이는 헝가리 전설 페렌츠 푸스카스와 함께 A매치 통산 득점 역대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잉글랜드 선수로 월드컵 토너먼트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건 1990년 카메룬전 게리 리네커 이후 케인이 처음이다. 케인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만 5골을 기록했다. 잉글랜드 선수 중에서는 리네커(6골)만이 케인보다 많다.
올 시즌 전체 기록은 더 압도적이다. 케인은 클럽과 대표팀을 통틀어 62경기 72골을 기록 중이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61골,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11골을 넣었다. 32세의 나이에도 득점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완성된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동료들의 평가도 극찬 일색이다. 주드 벨링엄은 훗날 케인과 함께 뛴 것을 자랑스럽게 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고든도 마찬가지였다.
고든은 "이 수준의 선수라면 누구나 좋은 골을 넣을 수 있다. 공을 골문 구석에 꽂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케인이 그것을 얼마나 꾸준히 해내느냐다. 매일 훈련에서, 매 경기에서 해낸다. 경이롭다"라고 말했다.
이어 "매일 곁에 있는 것이 놀랍다. 그는 역대 최고 선수인 메시만이 넘어선 수준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 정도로 높은 수준에서 뛰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선수 곁에 있으면 습관 하나하나를 배우고 싶어진다. 우연이 아니다. 그는 정말 열심히 한다. 열정과 진지함을 갖고 한다. 절대 대충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케인 역시 대표팀 주장으로서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그는 "어릴 때 잉글랜드를 보며 자랐다. 월드컵을 보며 언젠가 이곳에 서는 꿈을 꿨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항상 최고의 내 모습을 보이려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수많은 아이들이 이런 대회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모범을 보이는 것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잉글랜드를 위해 뛸 때마다 최선을 다하려 한다"라고 했다.
잉글랜드의 다음 무대는 더 뜨겁다. 16강 상대는 공동 개최국 멕시코다. 장소는 멕시코시티의 상징, 아즈테카 스타디움이다.
멕시코는 홈에서 치른 최근 89차례 공식 경기에서 단 2패만 기록했다. 아즈테카 스타디움에서는 월드컵 10경기 무패를 이어가고 있다. 잉글랜드에는 좋은 기억이 많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다. 1986 멕시코 월드컵 8강에서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과 '세기의 골'을 허용하며 아르헨티나에 패했던 곳이다.
고도도 변수다. 아즈테카 스타디움은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다. 잉글랜드는 앞서 댈러스와 애틀랜타의 실내 경기장, 보스턴과 뉴욕·뉴저지의 비교적 선선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다. 멕시코시티는 전혀 다른 조건이다.
홈 팬들의 열기도 잉글랜드를 압박할 전망이다. 멕시코는 개최국으로서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BBC는 "잉글랜드는 그 어느 때보다 케인이 필요한 적대적인 환경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틀랜타에서 증명됐다. 잉글랜드에 케인이 있는 한 희망도 있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