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전 감독.(사진=AFPBBNews)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은 이번 북중미 대회 조별리그 A조에서 1승 2패를 기록하며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기대를 모았으나,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한 데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최종 순위는 48개국중 34위로 원정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남겼고, 홍명보 감독은 지난달 28일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벤투 전 감독은 “1차전 결과가 좋았기에 안팎의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나 역시 한국의 1차전 후반전 경기력을 매우 인상 깊게 봤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조기 탈락 결과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지만, 축구에서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은 종종 벌어진다”며 “이번에는 한국이 그 이변을 겪었을 뿐이고, 핵심은 이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있다”고 짚었다.
그는 홍명보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피하는 대신, 한국 축구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일관성’과 ‘시간’을 꼽았다.
자신이 이끌었던 4년 전의 성과를 돌아보며 “당시 숱한 위기와 힘든 상황에서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던 굳건한 믿음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며 “부임 초기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 상호 신뢰 체계를 다지는 작업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마지막 포르투갈전(2-1 승)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팀은 짧은 소집 기간 움직이는 조직인 만큼,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네 명(클린스만·황선홍·김도훈·홍명보)의 사령탑을 거쳤다”고 꼬집었다.
벤투 전 감독은 4년의 임기 동안 패스와 점유를 기반으로 한 ‘빌드업 축구’를 일관되게 추진해 결과를 낸 바 있다. 반면 카타르 대회 이후 잦은 사령탑 교체와 절차 논란 속에 흔들렸던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시스템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그는 과거 2022년 11월 월드컵 당시에도 “(협회는) 월드컵에서 잘하기는 바라지만 돈과 스폰서가 전부인 것 같다. 대표팀을 전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축구협회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벤투 전 감독은 특정 인물의 교체나 수뇌부 인적 쇄신 등 단편적인 조치만으로는 한국 축구의 재건이 불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협회 이사회나 수뇌부 등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점을 안다”면서도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협회, 대표팀, 선수단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