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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정승우 기자] "학교 결석 사유서를 써달라. 아이들이 경기를 보게 해달라."
토마스 투헬(53)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의 한마디가 영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 멕시코전 킥오프 시간이 영국 현지 기준 새벽 1시로 잡히면서다.
영국 'BBC'는 3일(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와 멕시코의 월드컵 16강전을 앞두고 어린 팬들의 새벽 시청 여부를 둘러싼 논쟁을 조명했다.
잉글랜드는 오는 6일 오전 1시(영국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와 16강전을 치른다. 경기 장소는 멕시코 축구의 상징과 같은 에스타디오 아스테카다.
시차가 문제다. 영국 기준으로 경기는 새벽 1시에 시작된다. 연장전과 승부차기까지 이어질 경우 종료 시간은 새벽 4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월요일 새벽 경기인 만큼 학생들의 등교 문제까지 겹쳤다.
투헬 감독은 콩고민주공화국전 승리 후 이 문제에 대해 웃으며 답했다. 그는 "학교에 갈 날은 정말 많다. 월드컵은 4년에 한 번 열린다. 아이들이 보게 해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들에게 "학교에 낼 사유서를 써달라"라고 농담 섞인 조언까지 남겼다. 잉글랜드 팬들에게는 반가운 말이었지만,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에식스주 에핑에 사는 한 어머니는 어린 두 자녀에 대해 "아이들이 원한다고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가나전은 밤 9시 킥오프였는데도 힘들어했다"라고 말했다.
반대로 아이들에게 생중계를 허락하겠다는 부모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은 경기를 보고 다음 날 학교에도 갈 것"이라며 "뭐가 큰 문제인가. 최근 천둥번개 때문에 새벽 2시에 깨서 몇 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적도 있었지만 다음 날 학교에 잘 갔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투헬 감독의 발언을 지지하며 모든 학생에게 월요일 하루 휴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대응 방식은 다르다. 윌트셔주의 맘즈버리 잉글랜드교회 초등학교 교장 스티브 힐은 학생들이 충분히 잠을 잔 뒤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월요일 오전 7시에 녹화 중계를 틀 계획이라고 밝혔다.
힐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에 오기 전 부모들이 경기 결과를 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모두가 함께 희비를 느끼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정말 중요하고 출석 역시 중요하다. 동시에 이런 국제 스포츠 이벤트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도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교생 420명이 볼 수 있도록 좌석과 음식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로는 절반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힐 교장은 "많은 아이들에게 친구, 반 친구들과 함께 월드컵 경기를 경험하는 것은 어린 시절 한 번뿐일 수 있는 기회"라며 "가족과 함께 보는 것도 좋지만, 학교 공동체 전체가 함께 보는 것은 특별하다. 우리는 함께 기뻐하거나 함께 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스서머싯 카운슬의 마이크 벨 의장은 지역 학교들에 "유연하게 대응해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잉글랜드를 응원하고 싶다면 이번 한 번만 취침 시간을 미루는 것을 고려해달라"라며 "이것은 아이들이 국가적인 특별한 순간의 일부가 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입장은 신중하다. 다우닝가 대변인은 "아이들의 취침 시간은 부모가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모두가 경기를 즐기길 바라지만, 아이들은 월요일에 학교에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브리짓 필립슨 교육부 장관도 BBC 뉴스나이트에 출연해 "부모들에게 취침 시간과 관련한 요청을 하지는 않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월요일에도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덧붙였다.
교원단체 쪽에서는 투헬 감독의 발언을 더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전국교육노조 사무총장 대니얼 케베드는 LBC 라디오에서 교육부 장관이 월요일 아침 '유연한 등교'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키 스미스 기술부 장관은 투헬 감독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흥을 깨고 싶지는 않다"라면서도 "진짜 흥을 깨는 일은 젊은이들이 앞으로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는 배움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 장관은 "나는 오후에 잠깐 자고, 다음 날 아침 아주 상쾌한 모습으로 출근해 승리를 축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장소 역시 관심을 더한다. BBC는 멕시코가 1966년부터 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A매치를 치른 이후 공식전에서 단 두 번만 패했다고 전했다. 2001년 코스타리카전, 2013년 온두라스전이 전부다.
잉글랜드는 개최국 멕시코와 적지에서 맞붙는다. 킥오프 시간은 영국 어린 팬들에게 가혹하다. 투헬 감독은 월드컵의 특별함을 이유로 아이들의 새벽 응원을 권했다. 영국 사회는 '4년에 한 번뿐인 순간'과 '월요일 아침 등교'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BBC는 생중계를 보기 어렵다면 BBC One과 아이플레이어를 통해 경기 후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월요일 아침에는 경기 결과가 뉴스, 소셜 미디어, 단체 대화방, 신문을 통해 빠르게 퍼질 수 있는 만큼, 결과를 모른 채 경기를 보려면 외부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