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위르겐 클롭이 독일의 SOS 앞에서 문을 열었다.
독일 축구는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 뒤 곧바로 감독 교체 국면에 들어갔다. 파라과이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무너졌고,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놨다. 2018년과 2022년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또 한 번 토너먼트 초반에 짐을 싸면서 독일 축구의 자존심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독일축구협회는 나겔스만 감독과 즉시 결별하고 클롭과 대화에 나섰다. 마인츠, 도르트문트, 리버풀을 거치며 독일 축구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름이 대표팀 벤치 앞까지 왔다. 클롭도 문을 닫지 않았다. 그는 “나는 준비가 됐다”는 말로 독일 대표팀 사령탑 논의에 직접 응답했다.
타이밍은 완벽하지 않다. 클롭은 현재 레드불 글로벌 축구 총괄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계약도 남아 있다. 그는 계약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원칙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대표팀 감독직 논의에는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올리버 민츨라프 레드불 CEO와도 정리할 문제가 남아 있다.
그래도 분위기는 달라졌다. 리버풀을 떠날 때만 해도 클롭은 에너지가 바닥났다고 했다. 9년 동안 안필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냈고, 프리미어리그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리버풀 시대를 바꿨다. 이제 그는 충분히 충전됐다는 말을 꺼냈다. 독일 대표팀에는 그 한마디가 가장 큰 신호다.
나겔스만 체제는 짧고 무거웠다. 그는 2023년 9월 독일 대표팀을 맡았다. 유로 2024에서는 8강에서 멈췄고, 2024-2025시즌 네이션스리그에서도 마지막 문을 열지 못했다. 안방 유로의 기대는 월드컵 재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컵은 독일에 또 다른 상처만 남겼다.
독일의 추락은 한국에도 낯설지 않다. 한국은 체코를 꺾고도 멕시코와 남아공에 연속 0-1로 패해 32강 문을 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사퇴했고, 대한축구협회는 선임 과정과 책임론에 휩싸였다. 독일도 다르지 않다. 감독 이름만 바꿔서는 무너진 구조를 되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대표팀 안팎에서 동시에 나온다.
클롭도 그 지점을 봤다. 그는 독일 축구의 문제가 나겔스만 한 사람에게만 걸린 것이 아니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독일은 선수층, 유소년 시스템, 대표팀 운영, 대회 대응 방식까지 한꺼번에 손봐야 하는 위치에 섰다. 월드컵 4회 우승국의 다음 감독은 단순한 전술가가 아니라 재건 책임자에 가깝다.
클롭의 이름값은 압도적이다. 마인츠를 분데스리가로 올렸고, 도르트문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 독주를 깨며 리그 2연패를 만들었다. 리버풀에서는 30년 넘게 기다린 리그 우승을 안겼고, 챔피언스리그와 클럽월드컵까지 들어 올렸다. 선수단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힘은 대표팀에서도 가장 필요한 무기다.
팬심도 클롭 쪽으로 기울었다. 독일 팬들에게 클롭은 전술보다 얼굴이 먼저 떠오르는 지도자다. 터치라인에서 뛰고, 선수와 관중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장면이 남아 있다. 차가운 대표팀에 다시 열을 넣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독일축구협회가 공식적으로 대화 의사를 꺼낸 순간부터 차기 감독 경쟁은 사실상 클롭 중심으로 재편됐다.
독일축구협회에는 속도가 필요하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이후 재정비에 실패했고, 월드컵에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나겔스만의 계약은 2028년까지였지만 32강 탈락 하나로 끝났다. 클롭이 오면 독일은 감독 선임만으로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레드불과 계약 정리, 코칭스태프 구성, 대표팀 운영 권한까지 한꺼번에 맞춰야 한다.
클롭은 아직 독일 대표팀 감독이 아니다. 하지만 독일 축구가 원한 첫 답은 받았다. 그는 피하지 않았고, 준비됐다고 말했다. 독일의 다음 벤치는 클롭과 레드불, 독일축구협회의 협상 테이블 위에 놓였다. 첫 전화는 이미 끝났고, 남은 것은 레드불과 독일축구협회의 문서다. 독일은 클롭의 한마디를 새 출발 신호로 붙잡았다. 협상은 이제 시간표로 바뀐다. 유럽 전체가 지켜본다. 독일의 밤이 또 다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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