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광주, 이선호 기자] 사죄의 큰 절이었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재현(19)은 5일 NC 다이노스와의 광주경기가 경기직전 갑자기 내린 폭우로 취소되자 그라운드에 나와 우천 세리모니로 사죄의 큰 절을 올렸다. 전날 리터치를 못해 패배를 안긴 본헤드 플레이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이어 자신이 못한 리터치 플레이를 제대로 실행했다.
전날 9회말 4-5로 뒤진 가운데 선두타자로 나서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행운의 3루타를 쳤다. 발이 빠르지 않았다면 2루에 멈추었을텐데 질풍노도처럼 달려가 안착했다. 무사 3루였으니 더그아웃에서 동점은 기정사실로 여겼다. 다음타자 김규성이 짧은 뜬공에 그쳐 그대로 머물렀지만 아웃카운트 여유가 있었다.
뒤를 이은 김호령이 불리한 카운트에서 기어코 좌익수 뜬공을 날렸다. 누가 보더라도 동점 플라이였다. 아뿔사, 좌익수가 포구한 순간 박재현은 이미 홈플레이트 근처까지 접근했다. 황급하게 귀루해 병살은 모면했지만 본헤드 플레이였다. 기본적으로 가볍게 백스킵을 하다 타구의 결과를 확인하고 홈으로 뛰어야 했다.
박상준 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며 그대로 패했다. 관중석은 장탄식이 쏟아졌고 KIA 더그아웃은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이틀 연속 미팅을 소집했다. 전날은 박상준이 어이없는 견제사를 당했다. 코치진에게 어린 선수들이니 예상되는 모든 상황들을 세밀하게 주지시켜달라는 주문을 다시 했다.
동시에 "우리 팀이 개막을 앞두고 하위권 평가를 받았지만 박재현 등 젊은 선수들이 잘 해주어 전반기 상위권에서 싸울 수 있었다. 베테랑들과 젊은 선수들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재현이 때문에 이긴 경기도 많았다. 주눅들지 말고 화이팅을 하라"며 오히려 응원을 했다. 이 감독은 박재현을 리드오프로 내세웠다. 실수는 잊고 마음껏 타격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경기는 열리지 못했다. 시작 직전 폭우가 쏟아져 그라운드가 물에 잠겼다. 비가 그치더라도 그라운드 사정상 경기가 불가능해 취소됐다. KIA에게는 반가운 비였다. 이틀연속 생각치 못한 실수로 패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밖에 없었다. 상대 선발도 KIA 킬러였다. 심기일전해 다음주 전반기 마지막 롯데와 3연전을 준비하게 됐다.

관중들이 입장했기에 우취 아쉬움을 달래는 세리모니가 차례가 왔다. KIA 선수들 모두 그라운드에 도열한 가운데 갑자기 박재현이 앞에 나와 3루 관중석을 향해 무릎을 꿇고 큰절했다. 3루로 이동하더니 외야 뜬공을 바라보는 포즈를 취하며 천천히 백스킵을 했다. 타구를 확인함과 동시에 3루를 밟고 홈으로 전력질주했다. 어제 못한 플레이를 한 것이다.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앞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MZ 선수의 다짐 같았다. /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