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백악관 전화 한 통이 월드컵 16강전의 공정성 논란을 키웠다.
폴라린 발로건은 오는 7일 오전 9시(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벨기에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전에 나설 수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퇴장으로 빠질 것으로 보였던 미국의 3골 공격수가 경기 하루 전 명단으로 돌아왔다.
AP통신은 6일 백악관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발로건 레드카드 검토를 요청하는 전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누가, 언제 전화를 걸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의 직접 전화와 FIFA의 독립위원회 해명이 한 화면에 붙었다.
FIFA는 징계위원회의 독립성을 내세웠다. 백악관 전화가 결정에 작용할 수 없다는 선도 그었다. 그러나 축구팬 눈앞에 남은 순서는 달랐다. 백악관 전화, 인판티노 검토 요청, 징계 집행 유예, 트럼프의 공개 감사, 개최국 핵심 공격수 복귀가 한 줄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FIFA가 옳은 일을 했다며 “큰 불의”가 바로잡혔다는 취지로 반겼다. 축구 판정과 대통령실 메시지가 같은 장면에 잡힌 순간, FIFA의 독립위원회 해명은 힘을 잃었다. 규정 조항보다 정치적 그림이 더 크게 보였다.
발로건은 지난 2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후반 19분 타릭 무하레모비치와 경합하다 퇴장당했다. VAR 판독 뒤 레드카드가 나왔고, 직행 퇴장에는 다음 경기 자동 출전 정지가 따라붙는다. 미국은 10명으로도 2-0 승리를 지켰지만, 벨기에전 최전방 계산은 무너진 상태였다.
FIFA의 선택은 레드카드 삭제가 아니었다. 발로건에게 1경기 출전 정지를 부과한 뒤 징계 규정 27조를 적용해 집행만 1년 유예했다. 같은 성격과 정도의 반칙을 다시 저지르면 기존 징계가 살아나고 새 징계까지 붙는다. 판정은 남았고, 처벌만 멈췄다.
처음 안내와도 결이 달라졌다. 레드카드에 따른 1경기 정지는 항소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 먼저 나왔다. 그 뒤 문은 다른 조항으로 열렸다. 형식상 징계위원회가 가진 권한을 쓴 결정이어도, 상대 팀과 팬들이 보는 장면은 단순하다. 닫힌 문이 개최국 공격수 앞에서 다시 열렸다.
인판티노와 트럼프의 관계도 논란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두 사람은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 함께 섰다. 축구 행정의 최종 책임자가 정치권의 요청 대상이 된 순간, FIFA가 말하는 독립성은 더 강한 설명을 요구받는다. 말만으로는 부족했다.
미국 선수단도 복귀 소식을 정상적인 내부 절차로 먼저 받은 것은 아니었다. 최종 훈련장으로 향하던 버스 안에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식이 번졌고, 뒤이어 미국축구협회 확인이 따라왔다. 토너먼트 전날 대표팀의 선발 구상이 뉴스 알림과 함께 바뀐 셈이다.
벨기에는 곧장 반발했다.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 결정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징계 규정 66조 4항과 월드컵 규정 10조 5항은 레드카드 다음 경기 자동 정지를 말한다. 벨기에는 공정한 대우와 페어플레이 원칙을 앞세워 가능한 대응을 살피고 있다.
전술판도 하루 만에 뒤집혔다. 발로건은 미국의 이번 대회 최다 득점자다. 파라과이전 멀티골에 이어 보스니아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벨기에 수비진은 제외 선수로 분류했던 공격수를 다시 막아야 한다. 16강 전날 결정 하나가 수비 라인, 압박 위치, 세트피스 준비까지 흔들었다.
FIFA는 조항을 들었지만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개최국, 백악관, 인판티노, 트럼프 감사 메시지, 3골 공격수 복귀가 같은 타임라인에 놓였다. 강팀과 스타에게 예외가 더 빨리 열린다는 인상이 남으면 규정은 공정성의 방패가 아니라 편의의 문서가 된다.
미국은 전력상 최대 호재를 얻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벨기에 수비를 흔들 발로건 카드를 되찾았다. 벨기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더 무거운 상대와 싸운다. 발로건은 시애틀에서 뛴다. FIFA는 그라운드 밖에서 더 어려운 공정성 수비를 시작했다. /mcadoo@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