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이인환 기자] 파울루 벤투가 다시 한국 대표팀 문을 두드렸다.
홍명보 전 감독이 물러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비어 있다. 그 공석에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끌었던 벤투 전 감독의 이름이 다시 올라왔다. 벤투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와 인연이 있는 인사를 통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관심을 전달했다.
지원서 서류함에는 아직 이름이 없다.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공식 안건으로 올라간 상황도 아니다. 그래도 한 차례 사실무근으로 정리되는 듯했던 복귀설은 하루 만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벤투는 한국을 다시 맡고 싶다는 뜻을 보냈고, 협회도 그 의사 자체는 확인했다.
한국 축구 팬들이 이 이름에 흔들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벤투는 2018년 9월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약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단일 임기 기준으로 한국 대표팀 최장수 사령탑이었다. 카타르에서는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올랐다. 과정과 원칙을 두고 논란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결과를 남겼다.
그 뒤 한국은 다른 길을 걸었다. 클린스만 체제의 혼란을 거쳤고, 홍명보 체제로 북중미 월드컵에 나섰다. 결과는 조별리그 탈락이었다. 홍명보 전 감독은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대표팀 감독 공백과 행정 공백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래서 벤투 복귀설은 단순한 감독 후보 뉴스가 아니다. 팬들에게는 비교 대상이다. 4년 4개월을 버틴 체제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무너진 체제가 겹쳐 보인다. 벤투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벤버지’라는 별명이 다시 댓글창에 올라오는 이유다. 한국 축구가 잃어버린 것은 감독 한 명이 아니라 기준이라는 불만도 붙는다.
그러나 복귀는 감성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벤투는 2023년 7월 UAE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지난해 3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 휴식 중이다. 한국을 잘 알고 선수단의 장단점도 기억한다. 반대로 2026년 대표팀은 2022년의 팀이 아니다. 손흥민은 더 나이를 먹었고, 이강인과 김민재를 둘러싼 대표팀 구조도 바뀌었다. 새로운 세대 정리가 필요하다.
협회가 더 큰 문제다. 차기 감독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뽑느냐가 먼저다. 정몽규 회장 사퇴 뒤 협회는 새 회장 선거와 감독 선임을 동시에 안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3일 첫 회의를 열고 후보 검토를 시작했다. 그런데 팬들이 묻는 것은 후보 이름보다 선임 절차다.
협회는 60일 안에 차기 회장을 뽑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K-축구 혁신위원회도 출범했다. 박지성 공동위원장은 선거제와 신뢰 회복을 테이블에 올렸다. 새 감독 선임이 이 구조와 따로 갈 수 없다. 벤투가 후보로 들어와도, 같은 방식으로 뽑히면 같은 불신이 따라붙는다.
벤투가 돌아오면 안정감은 생길 수 있다. 선수단과 한국 축구 문화에 대한 적응 시간도 줄어든다. 하지만 4년 전의 성공을 그대로 복사할 수는 없다. 상대는 바뀌었고, 선수 구성도 달라졌고, 팬들의 인내심은 더 짧아졌다. 벤투 2기는 시작부터 결과 압박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내부의 세대 전환도 숙제다. 벤투가 기억하는 팀에는 손흥민, 황의조, 황인범, 김영권의 시간이 짙었다. 지금은 이강인, 배준호, 양민혁, 김지수 등 다음 세대가 전면으로 올라와야 한다. 벤투가 돌아온다면 과거의 틀을 지키는 감독이 아니라 새판을 짜는 감독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벤투라는 이름은 지금 협회가 가진 어떤 카드보다 빠르게 여론을 흔든다. 홍명보호 실패 뒤 팬들이 원하는 것은 낯선 실험보다 납득 가능한 기준이다. 벤투는 적어도 자신의 축구를 오래 밀어붙인 감독이었다. 그 점이 지금 더 크게 보인다.
공은 협회로 넘어갔다. 벤투의 관심 표명은 첫 신호다. 전력강화위원회가 이 이름을 후보군에 올릴지, 새 회장 선거와 맞물린 행정 공백을 어떻게 정리할지, 대표팀의 다음 4년을 누가 책임질지. 홍명보 이후의 첫 질문은 벤투에서 시작됐지만, 답은 협회의 선임 테이블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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