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바친 우승'…노스코바, 눈물의 윔블던 첫 정상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7월 12일, 오전 11:23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린다 노스코바(체코·세계랭킹 12위)가 생애 첫 윔블던 테니스대회(6420만 파운드)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린다 노스코바.(사진=AFPBBNews)
린다 노스코바.(사진=AFPBBNews)
노스코바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같은 체코 출신이자 절친한 친구인 카롤리나 무호바(9위)를 2-1(6-2 5-7 6-3)으로 꺾었다.

생애 처음 오른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우승까지 차지한 노스코바는 자신의 세 번째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타이틀을 메이저 무대에서 장식했다. 우승 상금은 360만 파운드(약 72억 5000만 원)다.

2004년생인 노스코바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페트라 크비토바(체코)가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2011년 이후 최연소 여자 단식 챔피언이 됐다. 크비토바 역시 당시 만 21세였다.

또 노스코바는 2023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 2024년 바르보라 크레이치코바에 이어 최근 4년 사이 윔블던 정상에 오른 세 번째 체코 선수가 됐다.

노스코바는 “어릴 때부터 크비토바를 동경했다”며 “그는 체코 테니스의 얼굴 같은 존재였다. 크비토바가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보며 큰 영향을 받았고, 어쩌면 그 덕분에 테니스에 더 깊이 빠져들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결승은 노스코바에게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경기였다. 1세트를 비교적 수월하게 가져간 노스코바는 2세트에서도 게임 스코어 5-2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매치포인트를 5번이나 놓쳤다.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경기를 끝낼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브레이크를 허용했고, 관중의 술렁임을 차단하려는 듯 양손으로 귀를 막기도 했다. 이후 다시 찾아온 매치포인트마저 놓치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2세트를 5-7로 내준 노스코바는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훔쳤다.

노스코바는 “어떤 순간에는 손이 얼어붙은 것 같았고 발도 이전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며 “결승은 어떤 상황에서도 압박이 따르는 무대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침착하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노스코바.(사진=AFPBBNews)
노스코바.(사진=AFPBBNews)
3세트를 앞두고 노스코바는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찬물을 끼얹으며 경기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복도를 걷던 노스코바는 진열장 속에 놓인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 트로피 ‘비너스 로즈워터 디시’와 준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은쟁반을 발견하고는 동기부여를 얻었다.

노스코바는 “트로피를 보는 순간 ‘나는 작은 것을 가져가지 않을 거야. 큰 것을 가져갈 거야’라고 생각했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우승을 놓친다면 평생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3세트에서는 코트에 내 영혼을 모두 쏟아붓겠다고 마음먹었다”며 “다시 나 자신에게만 집중한 것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설명했다.

노스코바는 3세트 초반 브레이크 포인트 세 개를 모두 막아낸 뒤 먼저 상대 서브게임을 따냈다. 이후 다시 찾아온 매치포인트는 놓치지 않았고, 2시간 28분의 승부를 끝낸 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코트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노스코바는 “이번 대회 모든 경기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특히 결승은 마지막 한 포인트를 따내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슬픔의 눈물과 기쁨의 눈물, 땀과 피까지 모두 흘렸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 2주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스코바에게 윔블던은 아픈 기억이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2024년 대회를 앞두고 암 투병 끝에 어머니 이바나를 잃었다.

노스코바는 시상식 인터뷰에서도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는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엄마”라며 “엄마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뒤 하늘을 향해 입맞춤을 보냈다.

그는 “평소에는 잘 울지 않는다”며 “지난 2주 동안 흘린 땀과 모든 노력이 보상받았다. 내년에도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

노스코바.(사진=AFPBBNews)
노스코바.(사진=AFPBBNews)
노스코바는 코트에서 주변 환경을 거의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에 깊이 몰입하는 선수다.

그는 “내 테니스는 내가 스스로 관리하고 싶다”며 “경기 중에는 팀과 교감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가끔은 경기 내내 팀을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일상에서도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선수로서 각종 행사와 스폰서 일정에 휩쓸리기보다 정신적인 안정을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2025시즌이 끝난 뒤에는 탄자니아의 한 학교에서 일주일간 자원봉사를 했다. 노스코바는 “그곳에서는 테니스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쉴 수 있었다”며 “10번 중 9번은 육체적 편안함보다 정신적 편안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리와 베이킹을 즐기고, 샐러드를 얹은 자신만의 피자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아한다. 윔블던 기간에는 친구가 매일 아침 타주는 말차를 마셨고, 코 피어싱과 함께 이를 행운의 징크스가 됐다.

노스코바는 “아직까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23년 버밍엄 대회에서 처음 잔디코트 경기를 치른 노스코바는 최근 2년 동안 WTA 투어에서 가장 많은 잔디코트 승리를 거둔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 최고 성적은 8강이었지만, 5번의 매치포인트 무산과 눈물의 위기를 이겨내며 단숨에 윔블던 챔피언으로 올라섰다.

그는 “어떻게 우승을 축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여전히 나는 현실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노스코바.(사진=AFPBBNews)
노스코바.(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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