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생 리오넬 메시가 불혹의 나이에도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온갖 수식어를 다 늘어놓아도 담아내기 힘든,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이른 수준이다.
인간들과의 공놀이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즐기고 있는 '축구의 신'이 이제 월드컵 2연패라는 목표에 도전한다. 한동안 상상도 못한 지향점인데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단 한 걸음만 남겨두고 있다. 성공하면, 황제 펠레가 이끌던 브라질 이후 64년 만이다.
아르헨티나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대회 준결승에서 2-1로 승리했다. 먼저 실점해 끌려갔으나 경기 막바지 연거푸 2골을 넣으며 승부를 뒤집었다. 역전승의 중심에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후반 40분 상대 수비를 끌어들인 뒤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 서 있던 엔조 페르난데스에게 패스,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에는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후 예상 밖의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해 마르티네스의 헤더 결승골까지 도왔다.
토너먼트 과정 중 고비 때마다 슈퍼스타 기질을 발휘해 팀을 구해냈던 메시는 준결승에서도 메시다움으로 아르헨티나 팬들을 넘어 전 세계 축구팬들을 매료시켰다.
후반 10분 먼저 득점에 성공한 잉글랜드가 그 1골을 지키려고 웅크리고 주저앉는 선택을 내린 것이 화근이었다.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었고, '축구의 신'은 탁월한 센스와 기술로 1966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이후 60년 만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노린 '축구 종가'의 꿈을 무너뜨렸다.
준결승에서 2개의 어시스트를 추가한 메시의 북중미 월드컵 개인 기록은 7경기 8골 4도움으로 늘어났다. 월드컵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7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작성한 선수는 메시뿐이다. 설명이 잘 안 되는 선수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때 앳된 얼굴로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메시가 자신의 6번째 월드컵에서 아저씨 같은 얼굴과 플레잉타임 절반은 걸어 다니는 것 같은 움직임 속에서도 커리어 최고 대회를 만들고 있다. 나아가 역사에 도전한다.
2022년 카타르 대회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대회 2연패까지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2연패는 월드컵사에 단 2번만 허락된 대기록이다.
첫 번째 2연패 주인공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초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가 우승한 후 1934 월드컵과 1938 대회를 연거푸 제패했다. 하지만 당시는 16개국이 조별리그 없이 곧바로 토너먼트만 치르는 방식이었으니 지금과 같이 견줄 순 없다.
두 번째 2연패는 '축구의 나라' 브라질이 성공했다.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서 홀로 6골을 터뜨린 17세 펠레를 앞세워 정상에 오른 브라질은 1962년 칠레 월드컵까지 2연패에 성공했다. 칠레 대회에서 펠레는 상대 집중 견제에 허벅지 부상을 입어 2차전까지 밖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또 다른 전설 가린샤를 앞세워 정상을 지켰다.
브라질 이후 월드컵은 그 어떤 팀에게도 연속 우승을 허락하지 않았는데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일단 그 기회를 잡았다. 20일 오전 4시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승리한다면 64년 만에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마흔에 출전한 커리어 마지막 월드컵에서 득점왕과 골든볼(MVP)을 사실상 예약한 메시가 64년 만의 대회 2연패까지 견인한다면, 지구에 내려온 '축구의 신'의 마지막 페이지로 손색없는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