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축구사에 큰 분기점이 될 대회다. 사상 처음으로 3개국(미국·멕시코·캐나다)에서 공동 개최한 대회이고고 무엇보다 본선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크게 늘어난 첫 무대였다.
FIFA가 참가국을 증대한 것은 보다 많은 국가들을 지구촌 최대 축구 잔치에 초대해 진정한 '월드' 컵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취지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그러나 그 이면 FIFA의 과한 장삿속이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지나친 양적 팽창이 결국 대회 수준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잔니 인판티노 회장과 FIFA의 선택은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참가국 확장 덕분에 본선 무대를 밟은 이들이 꽤 선전하거나 의미 있는 스토리를 남겼고, 토너먼트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강호들만 살아남아 축구팬들이 바랐던 진검승부도 연이어 펼쳐졌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준결승에서 2-1로 승리했다. 먼저 선제골을 허용해 끌려갔으나 후반 막바지 메시가 2도움을 올리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앞서 프랑스를 2-0으로 꺾고 먼저 결승에 오른 스페인과 20일 오전 4시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대망의 트로피를 놓고 단판 승부를 펼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스페인은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이후 16년 만에 트로피 탈환에 도전한다.
남미 챔피언과 유럽 챔피언의 대결이다. 아르헨티나는 가장 최근 열린 2024 코파아메리카 우승팀이고 스페인 역시 유로 2024 정상에 오른 팀이다. 유럽·남미 현 챔프가 월드컵 결승전에서 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모로 이상적인 결승 매치업인데 과정도 좋았다.
스포츠의 묘미인 '이변'과 궁극적으로 바라는 '강호들의 정면대결'이 적절하게 섞인 대회로 남았다. 예상을 뒤엎은 최고의 '히트상품'은 인구 52만의 작은 나라 카보베르데이다.
월드컵 본선을 처음 밟은 카보베르데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페인과 0-0으로 비기면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스페인이 첫 경기라 고전했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카보베르데는 우루과이와 2-2, 사우디아라비아와 0-0으로 비기며 토너먼트 무대까지 올랐다.
그리고 32강에서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난타전을 펼친 끝에 2-3으로 석패, 또 세상을 놀라게 했다. 카보베르데에게 혼쭐이 난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결승에서 만나게 됐으나 축구팬들 사이 '카보베르데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나라인가'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974년 서독 대회 때 자이르라는 이름으로 본선에 올랐다가 52년 만에 다시 월드컵 무대에 복귀한 콩고민주공화국이 본선 첫 승(우즈베키스탄 3-1)을 거두고 토너먼트에 올라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팽팽한 승부 끝에 1-2로 아쉽게 진 과정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변이 너무 많아도 나중에는 섭섭한데, 축구 팬들이 손꼽아 지켜본 흥미로운 만남도 넘쳤다. 브라질과 일본(2-1/32강), 브라질과 노르웨이(1-2/16강), 멕시코와 잉글랜드(2-3/16강), 아르헨티나와 이집트(3-2/16강), 스페인과 포르투갈(1-0/16강), 노르웨이와 잉글랜드(1-2/8강) 등 단계별로 화제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그리고 현재 FIFA 랭킹 1~4위(프랑스, 아르헨티나, 스페인, 잉글랜드)가 모두 4강에 올라 진검승부를 펼치고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살아남아 리오넬 메시와 메시의 후계자 라민 야말이 우승컵을 놓고 다투는 그림이 펼쳐지는 것까지, 판이 잘 깔렸다.
32개국에서 무려 16개 국가를 늘려 48개국 월드컵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돈에 환장한 FIFA'라고 손가락질했으나 바뀐 체제 첫 대회 모습이 나쁘지 않다.
인판티노 회장은 지난 13일 스위스 방송사 '블루 스포트'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를 마치면 본선 진출국 추가 확대 개편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64개국 체제 변경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당장 그렇게 되진 않겠으나, 앞으로 또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