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가 씻겨주던 아기, 19년 뒤 월드컵을 놓고 마주 서다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7월 18일, 오전 09:21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긴 머리의 젊은 리오넬 메시가 작은 아기를 품에 안았다. 손에는 비누 거품이 가득했다. 메시가 플라스틱 욕조에 누운 아기를 조심스럽게 씻기는 동안 사진기자의 카메라 셔터가 눌렸다. 2007년, 누구도 그 사진에 담긴 미래를 알지 못했다.

메시의 두 팔 안에 있던 아기는 스페인의 ‘19세 신성’ 라민 야말이었다. 약 19년이 흐른 지금, 두 사람은 월드컵 우승컵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2007년 당시 20살의 젊은 선수였던 리오넬 메시가 갓 태어난 '아기' 라민 야말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AP PHOTO
2007년 당시 20살의 젊은 선수였던 리오넬 메시가 갓 태어난 '아기' 라민 야말을 안아주고 있다. 사진-AP PHOTO
리오넬 메시가 라민 야말의 어머니와 함께 야말의 목욕을 돕고 있다. 사진=AP PHOTO
리오넬 메시가 라민 야말의 어머니와 함께 야말의 목욕을 돕고 있다. 사진=AP PHOTO
메시(39)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야말(19)이 뛰는 스페인은 20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러더포드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결승전을 치른다. 20년 넘게 세계 축구를 지배한 ‘축구의 신’과 이제 막 자신의 시대를 새롭게 열어젖힌 ‘천재 소년’의 대결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우연이었다. 당시 바르셀로나 선수였던 메시는 스페인 스포츠신문 ‘스포르트’와 유니세프가 제작한 자선 달력 촬영에 참여했다. 바르셀로나 인근 마타로에 살던 야말의 가족은 추첨을 통해 촬영 대상으로 뽑혔다.

AP통신 사진기자 조안 몬포르트가 촬영한 사진에는 메시가 야말의 어머니 셰일라 에바나와 함께 아기를 목욕시키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에는 수많은 자선 행사 사진 가운데 하나였다. 몬포르트조차 한동안 사진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시간이 사진의 의미를 바꿨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의 전설을 넘어 역대 최고의 축구 선수로 올라섰다. 그가 2021년 구단의 재정난 속에 눈물을 흘리며 바르셀로나를 떠난 뒤 야말이 나타났다. 야말은 2023년 바르셀로나 1군에 등장했고 이듬해 스페인을 유럽 정상으로 이끌었다. 메시가 떠난 자리에, 그가 한때 품에 안았던 아기가 들어온 것이었다. 기막힌 우연이었다.

사진은 야말의 아버지가 2024 유럽축구선수권 기간 SNS에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이 나란히 결승에 오르자 사진은 다시 전 세계로 퍼졌다.

메시는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아기였던 야말과 이제 서로 상대하게 됐다니 정말 믿기 어려운 사진”이라며 “그는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이다. 아직 19세이고 모든 미래가 앞에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미드필더 미켈 메리노는 “처음 사진을 봤을 때 인공지능(AI)이 만든 이미지라고 생각했다”며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과 앞으로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는 야말이 한 사진에 담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을 찍은 몬포르트도 “운명 같은 것을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메시와 야말이 월드컵 결승에서 만났다. 어떤 영화의 각본보다 더 영화 같다”고 했다. 그의 마음도 둘로 갈렸다. 평생 바르셀로나를 응원한 그에게 메시는 영원한 우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야말은 그가 응원할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다.

19년 전에는 메시가 야말을 품에 안았다. 이제 두 사람의 손이 향하는 곳에는 단 하나의 월드컵 우승컵이 있다. 한 사람은 자신의 시대를 더 길게 이어가려 한다. 다른 한 사람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선언하려 한다. 메시가 아기 야말을 안고있는 오래된 사진 한 장은 이날 결승전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씨앗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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