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을 비롯해 국제 대회에서의 3위 결정전은 사실 김빠진 무대다.
결승전 진출이 좌절된 두 팀이 동기부여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맞붙는 것이라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대중들의 관심도 줄어들고 선수들 부상 위험 때문에 때마다 '3-4위전 폐지론'이 등장한다. 실제로 UEFA(유럽축구연맹)가 주관하는 유럽축구선수권(유로)은 3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는다.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무려 10골을 주고받은 끝에 잉글랜드의 6-4 승리로 마무리된 2026 북중미 월드컵 3-4위전도 수준 높은 경기에서는 나오기 힘든 스코어다. 그래도 보는 맛은 있었다.
잉글랜드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북중미 월드컵 3위 결정전에서 6-4로 승리했다. 잉글랜드 부카요 사카가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의 난타전으로 월드컵 역사에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합작한 10골은 역대 월드컵 3위 결정전 최다골 신기록이다. 1958년 스웨덴 대회에서 프랑스와 서독이 기록한 9골(프랑스 6-3 승)이 이전 최다득점이었는데 68년 만에 새 기록이 작성됐다. 당시 대회에서는 6골을 넣고 승리했던 프랑스가 이번에는 6실점으로 패자가 됐다.
3위를 차지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에서 열린 대회 우승 이후 월드컵 최고 성적을 남겼다. 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에서 소극적인 운영으로 도마에 올랐던 투헬의 잉글랜드는 전반에만 4골을 몰아치는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였다. 간판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을 제외시킨 투헬 감독의 용병술도 승리와 함께 일리 있는 선택으로 남았다.
잉글랜드 사카는 전반 31분과 전반 추가시간 연속 득점에 이어 후반 38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면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사카는 월드컵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4번째 잉글랜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토너먼트 단계에서 해트트릭은 1966 잉글랜드 결승전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우승을 이끈 제프 허스트 이후 처음이다.
경기 막판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린 주드 벨링엄도 새 기록을 썼다. 이번 대회 7호골을 터뜨린 벨링엄은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6골로 득점왕을 차지한 게리 리네커와 이날 경기에 결장한 케인(6골)을 넘어 잉글랜드 선수 최다 득점자가 됐다.
프랑스의 에이스 음바페는 패했으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조명 받았다. 음바페는 후반 초반 맹활약을 펼치면서 2골1도움을 작성했다.
이번 대회 10호골을 신고한 그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의 게르트 뮐러(서독·10골) 이후 56년 만에 단일 대회 두 자릿수 득점자가 됐다. 총 4개의 도움을 합쳐 단일 대회 최다 공격 포인트(14개)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 득점왕 쥐스트 퐁텐(프랑스·13골)과 1970년 멕시코 대회서 득점 기계 게르트 뮐러(독일·10골 3도움)가 작성한 13개였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8골로 득점왕에 오른 음바페는 '골든 부트' 2연패가 유력해졌다. 현재 2위는 8골의 리오넬 메시다. 아르헨티나가 20일 새벽 4시 스페인과의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어 역전의 여지는 있으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껏 월드컵 득점왕 2연패는 없었다.
음바페는 월드컵 통산 22골로 이 부문에서도 메시(21골)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1998년생으로 아직 한창 나이인 음바페는 다음 월드컵 출전이 충분하기에 '통산 최다 득점자' 지위를 한동안 누릴 전망이다.
프랑스의 마이클 올리세는 이날 2개의 도움을 추가, 대회 7개 어시스트를 작성하면서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황제' 펠레(브라질)가 세운 단일 대회 최다 도움(6개) 기록을 깨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