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신진서는 19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3번기 2국에서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AI 카타고(KataGo)를 상대로 4시간 50여 분, 290수에 걸친 혈투 끝에 흑 4집 반 승리를 거뒀다.
신진서 9단. 사진=연합뉴스
2016년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 호선으로 맞서 1승4패를 기록했다. 이후 AI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진서의 이번 승리도 인간 바둑의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17일 열린 1국에서 신진서는 카타고의 변칙적인 초반 수에 흔들려 245수 만에 불계패했다. 두 점을 먼저 놓고 예상 승률 99%, 18집 반가량 앞선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불과 102수 만에 형세가 뒤집혔다.
2국은 달랐다. 신진서는 초반 우하귀에서 53수까지 이어지는 초대형 정석을 유도했다. 바둑판의 4분의 1가량을 정석으로 채워 경우의 수를 줄이는 전략이었다. ‘최대한 전투를 피해야 승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전 구상대로 판을 좁혀나갔다.
신진서는 150수를 넘길 때까지 예상 승률 99%를 유지했다. 승부처는 중앙이었다. 신진서는 160수로 백돌을 과감하게 끊으며 공격에 나섰다. 집 차이는 벌어졌지만 복잡한 전투가 시작되면서 승률은 처음으로 98%로 떨어졌다.
카타고의 역습도 매서웠다. 신진서가 백돌의 연결 부위를 들여다보자 카타고는 흑돌 뒤에 붙이는 수로 반격했다. 예상하지 못한 수를 맞은 신진서의 승률은 한때 89%까지 내려갔다.
신진서는 흔들리지 않았다. 길게 생각한 끝에 실낱같은 승리의 길을 찾아냈고, 이어진 중앙 전투에서는 오히려 AI보다 정확한 수순을 밟았다. 192수와 194수로 카타고의 허를 찔러 승률을 다시 99%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카타고의 거듭된 추격을 침착하게 막아낸 신진서는 승리를 확인한 뒤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신진서는 “작은 전투지만 AI를 이겨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승부였다”며 “3국에서도 오늘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번 승리로 신진서는 승리 수당 5000만원을 확보했다. 대국료는 한 판당 5000만원으로 총 1억5000만원이며, 승리할 때마다 5000만원이 추가된다. 2승 이상을 거두면 제네시스 G90도 받는다.
카타고는 RTX 3090 그래픽카드 4장을 병렬로 연결한 전용 시스템에서 가동된다. 신진서에게는 제한 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지고, 카타고는 매 수를 20초 안에 결정한다. AI가 선택한 수는 한국기원 소속 이단비 초단이 바둑판에 대신 놓는다.
1승1패로 맞선 최종 3국은 21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1국에서 완패한 뒤 2국에서 반격한 신진서가 인간 기사 최초로 카타고와의 공식 3번기까지 제압하는 역전 드라마에 도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