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 © 뉴스1 구윤성 기자
'신공지능'이라 불리는 인간계 바둑 최고수 신진서 9단이 최강 바둑 인공지능(AI) 카타고를 꺾었다. 신 9단은 이세돌 이후 10년 만에 AI와의 공식 대결에서 승리, 인간 바둑의 자존심을 세웠다.
신진서 9단은 19일 서울 중구의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 한경기신전 2국에서 수 290수 만에 흑 4집 반 승리를 거뒀다.
지난 17일 열린 1국에서 당한 패배를 되갚은 신 9단은 1승1패로 균형을 맞추고 오는 21일 최종전을 펼친다.
이번 승리는 2점 접바둑이라는 조건 속에서 이뤄졌지만, 인간이 AI를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2016년 인간 대표로 이세돌 9단이 나서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를 상대, 5번 대국을 펼쳐 단 1번 승리한 바 있다. 1년 뒤 커제 9단(중국)도 알파고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3전 전패를 당했다. 세계 바둑계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던 결과였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도 많은 이들이 신 9단의 고전을 예상했다. 카타고는 현재 바둑 실전 연구와 복기 측면에서 '알파고'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바둑 AI는 그래픽카드의 품질에 따라 성능이 달라지는데, 카타고는 이번 대국을 위해 RTX 3090 그래픽카드 4장을 병렬 연결한 전용 시스템에서 가동됐다.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연산 환경에서 신진서 9단을 상대한 셈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만큼 신 9단은 2점을 깔고 AI에 도전했는데, '신공지능'이라는 별명답게 AI보다 더 완벽한 수를 펼치면서 압도했다. 신 9단은 인간이지만 AI와 가장 가까운 판단을 내려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국에서 초반 상대의 예상치 못한 수에 당황, 고전했던 신진서 9단은 이날 완전히 다른 내용의 대국을 펼쳤다.
카타고를 상대하기 전 "중반에 전투를 펼치지 않고 내가 준비한 대로 지키는 바둑, 잔잔한 바둑을 하며 유리한 상황으로 후반을 맞이할 계획"이라고 말했던 신 9단은 초반부터 두텁게 진영을 지켰다.
신 9단의 두터운 바둑에 카타고는 좀처럼 빈틈을 찾지 못했다. 승부처가 될 수 있는 중반에 카타고가 전투를 걸었지만 신 9단은 침착하게 이에 대응하면서 위기를 벗어나고 리드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신진서 9단이 156번째 수를 통해 중앙에서 백을 강하게 압박하며 흐름을 뒤집었다. AI도 쉽게 선택하지 않는 과감한 공격이었다.
대국 후 이현욱 바둑 해설위원은 "신진서 9단이 중앙에 날일자로 상대를 공격하는 수가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극찬했다. 이 선택 이후 승부의 흐름은 신진서 9단 쪽으로 넘어갔다.
대국을 앞두고 "카타고를 상대로 연구할 때 AI가 찾지 못한 수를 몇 차례 찾은 적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신 9단은 이날도 카타고의 허를 찌르는 착점으로 이를 증명했다.
더불어 AI가 강점을 보이는 끝내기 과정에서도 신 9단은 안정적인 대국을 통해 오히려 격차를 벌리며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대국을 지켜본 한 바둑계 관계자는 "일부 프로 기사들은 카타고를 상대로 3점을 깔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신 9단이기에 2점 접바둑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신진서 9단의 승리에 박수를 보냈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3번의 대국을 펼치는데, 전승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던 신 9단은 2번째 판에서 승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21일 열리는 최종 3국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신진서 9단은 승리 후 "비록 작은 전투에서 이겼지만 의미 있는 결과"라면서 "자신감을 갖고 최종전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dyk060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