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블랙스 전설의 아들' 폭스, 37세 PGA 투어 데뷔해 39세 디오픈 제패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7월 20일, 오전 10:59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남자골프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154회 디오픈 챔피언십(총상금 1775만 달러)을 제패한 라이언 폭스(뉴질랜드)는 우승 직후 가장 먼저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다.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1987년 초대 럭비 월드컵 우승을 이끈 뉴질랜드 럭비 국가대표(올블랙스) 출신 그랜트 폭스가 그의 아버지이고, 외조부 머브 월리스는 뉴질랜드 크리켓 대표팀의 주장과 감독을 지낸 스포츠 명문가 출신이다.

폭스는 20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사우스포트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뒤 “내 우승이 아버지와 외할아버지의 업적을 뛰어넘는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에 버금가는 성과”라고 말했다.

만 39세의 폭스는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오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30세에 유럽 DP 월드투어 신인이 됐고, 37세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데뷔해 39세에 메이저 챔피언에 오르며 ‘늦게 꽃을 피운 선수’의 대표 사례가 됐다.

폭스는 “나는 일반적인 성공 공식을 따라온 선수는 아니다. 우리 가족은 훌륭한 스포츠 역사를 갖고 있고, 나 역시 내 길을 개척해서 행운”이라고 말했다.

럭비 열기가 뜨거운 뉴질랜드에서 폭스는 오랫동안 유명한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골프 인생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로는 아버지가 캐디를 맡아줬던 일을 꼽았다.

폭스는 “호주 투어 2년 차 때 골프를 그만둘 뻔했다. 시즌을 3개 대회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는데 골프가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호주 PGA 챔피언십에서 형편 없는 성적으로 컷 탈락한 뒤 아버지가 내 캐디를 맡아주셨다”며 “아버지가 ‘왜 골프를 하느냐’고 물었고, 나는 ‘원래는 재미있어서 하는 스포츠 아닌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혀 즐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폭스의 아버지는 “이번 한 주만큼은 그냥 재미있게 골프를 해보자”고 조언했다.

폭스는 “그 대회에서 공동 5위를 차지했고, 그 성적으로 투어 카드를 유지할 만큼의 상금을 벌었다”며 “그 덕분에 남은 시즌 부담을 덜었고, 다음 시즌에는 정말 좋은 경기를 펼쳤다. 그때는 정말 골프를 그만둘 뻔했던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이어 아버지의 심정도 떠올렸다. 폭스는 “내가 막판 우승 경쟁을 펼칠 때 아버지는 아마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아버지는 직접 경기를 할 때는 압박을 잘 견디는 분이지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굉장히 긴장하는 스타일이다. 분명 엄청나게 초조해하셨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번 우승으로 폭스는 1964년 디오픈 챔피언 밥 찰스, 2005년 US오픈 우승자 마이클 캠벨에 이어 남자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세 번째 뉴질랜드 선수가 됐다.

뉴질랜드 여자골프에는 이미 메이저 대회 3승을 보유한 리디아 고가 있다.

폭스는 “뉴질랜드는 인구 규모에 비해 뛰어난 성과를 내는 나라”라며 “이번 우승은 뉴질랜드 골프에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한때 디오픈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년 골프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로 클라레 저그를 가져가는 디오픈 챔피언이 됐고, 최소 향후 16년 동안 디오픈 출전권도 확보했다.

폭스는 “예전에는 뉴질랜드에서 이 대회를 보기 위해 한밤중에 일어나 TV를 시청하곤 했다”며 “그때는 디오픈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의 챔피언 골퍼’라는 칭호까지 얻게 된 것은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라며 “내 이름이 골프 역사에 새겨진다는 사실은 믿기지 않는다. 비현실적이고, 솔직히 지금의 기분을 표현할 단어가 내 어휘에는 없는 것 같다”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폭스는 우승을 확정한 마지마 퍼트 순간을 떠올리며 “손이 제멋대로 떨렸다”고 당시의 긴장감을 전했다.

3라운드에서 8언더파 62타를 몰아쳐 우승 경쟁에 뛰어든 폭스는 최종일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보기를 범하며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13번(파4)과 14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다시 선두 경쟁에 뛰어들었고, 15번홀(파3)에서는 어려운 벙커 라이에서도 보기로 위기를 넘겼다. 이어 16번홀(파4)에서 정교한 아이언 샷으로 버디를 낚았다.

마지막 18번홀(파4)은 이날 먼저 경기를 마친 76명 선수 가운데 단 4명만 버디를 기록했을 정도로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폭스는 티잉 그라운드에서 캐디에게 “이번 홀은 우승을 위해 승부를 걸자”고 말한 뒤 강력하고 정확한 티샷을 날렸다. 이어 160m를 남기고 잡은 9번 아이언 샷을 홀 아래 3.6m 지점에 붙였고, 생애 가장 중요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클라레 저그의 주인이 됐다.

폭스는 “티샷과 두 번째 샷은 모두 완벽했다. 하지만 퍼트는 어떻게 넣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며 “손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 그저 공을 홀 근처까지 보내자는 생각뿐이었는데, 그 퍼트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하루 종일 퍼트를 하기 전에는 항상 깊게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가 본 라인대로 스트로크하는 데만 집중했다. 18번홀에서도 똑같이 했다”며 “어떻게 퍼터 페이스를 끝까지 똑바로 유지해 공을 정확한 라인으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기꺼이 받아들이겠다”고 미소 지었다.

마지막 우승 퍼트의 순간.(사진=AFPBBNews)
마지막 우승 퍼트의 순간.(사진=AFPBB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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