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폭스의 18번홀 버디 퍼트가 홀에 떨어지는 순간.(사진=AFPBBNews)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폭스는 세계 최고의 선수는 아닐지 모르지만, 이번 디오픈에서는 그의 가장 큰 무기인 빠른 플레이 템포로 우승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폭스의 캐디 딘 스미스는 “아마도 폭스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플레이하는 선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PGA 투어에 따르면 폭스는 골프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모든 판단을 빠르게 내리는 성격이다. 어린 시절 크리켓과 테니스를 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결정을 빨리 내리고 말도 빠르다. 뉴질랜드에는 과속 단속 카메라가 많아 마음껏 속도를 낼 수는 없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할 정도다.
이 같은 스타일은 최근 프로골프에서는 오히려 보기 드물다. 5시간 이상 걸리는 라운드가 일상이 됐고, 샷 하나를 앞두고 긴 루틴을 반복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현대 스포츠 심리학에서도 플레이 템포가 빨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오히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폭스는 정반대다. 그는 “솔직히 나는 어떤 일이든 체계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며 “생각할 시간이 적을수록 부정적인 생각이 끼어들 틈도 적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향은 링크스 코스 공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링크스 코스는 티샷 클럽 선택부터 그린 주변 쇼트게임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요구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망설임도 커지고 망설임은 확신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샷을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폭스의 방식은 단순했다. 공을 치고, 다음 샷 지점으로 걸어가 클럽을 선택한 뒤 다시 친다. 가능한 한 빠르게.
폭스의 절친인 이민우(호주)는 “나조차 이번 주는 메이저라는 부담 때문에 평소보다 플레이가 느려졌다”며 “하지만 폭스는 끝까지 자기 방식대로 경기했다. 모든 선수가 배워야 할 점이다. 빠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우승하면 정말 최고”라고 말했다.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폭스는 17세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고, 프로 전향도 20대 중반에 했다. 30세에 유럽 DP 월드투어 신인이 됐고, 37세에 PGA 투어에 데뷔했다. 지난해 첫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 39세의 나이로 마침내 생애 첫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최근 10년 동안 그보다 더 많은 나이에 메이저 정상에 오른 선수는 단 두 명뿐이다.
PGA 투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폭스의 빠른 플레이는 존경의 대상이다. 빠른 경기 스타일 탓에 동반 플레이어나 앞 조를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고, 예전에는 그런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법을 터득했다.
폭스는 자신보다 더 빠르게 경기한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레나토 파라토레였다”며 “1번홀에서 선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티샷을 날리곤 했다”고 웃었다.
올해 2월 WM 피닉스 오픈에서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같은 조에서 플레이했다. 9번홀을 마친 뒤 셰플러는 폭스에게 “너는 너무 빨리 쳐서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다. 마치 둘이서만 라운드하는 것 같다. 공이 항상 이미 날아가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폭스는 다른 선수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막판 우승 경쟁에서도 평소 루틴을 끝까지 유지한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1963년 디오픈에서 뉴질랜드 선수 최초로 우승했던 밥 찰스도 폭스의 빠른 경기 운영을 높이 평가했다.
찰스는 뉴질랜드 헤럴드와 인터뷰에서 “폭스는 정말 신선한 선수”라며 “그는 골프가 원래 그래야 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야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냥 공을 치면 된다. 퍼트 하나를 위해 30분씩 라인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며 “폭스가 지금처럼 플레이하는 모습이 골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상금이 1억 달러가 걸린 대회라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라이언 폭스.(사진=AFPBB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