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흉내보다 내 바둑 뒀다"...카타고 2연승 거둔 '인간 최강' 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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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2026년 7월 21일, 오후 01:5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다음엔 제가 더 불리한 상황에서 도전해보고 싶어요”

‘신공지능’ 신진서 9단이 최첨단 바둑 인공지능(AI)을 상대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첫판을 완패한 뒤 자신의 바둑으로 돌아가 내리 두 판을 따내며 ‘인간 대표’의 자존심을 지켰다.

AI 카타고와 대국 펼치는 신진서. 사진=연합뉴스
AI 카타고와 대국 펼치는 신진서. 사진=연합뉴스
신진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경제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쎈수학·한경 기신전 최종 3국에서 현존 최고 수준의 바둑 AI 카타고(KataGo)에 221수 만에 11집 반승을 거뒀다. 1국을 내줬던 신진서는 2·3국을 연달아 이겨 최종 전적 2승 1패로 우승했다.

두 점을 먼저 깔고 18집 반을 덤으로 받은 신진서는 예상 승률 99%에서 최종국을 시작했다. 대국은 큰 전투 없이 집을 차지하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신진서는 80수째 백돌을 압박하며 상변부터 중앙까지 거대한 흑진을 구축했다. 확실한 우세를 만든 뒤에도 여러 차례 계가를 거듭하며 빈틈없이 마무리했다. 3시간20여 분 동안 이어진 승부에서 출발 당시의 승률 99%를 끝까지 지켰다.

신진서는 대국 후 “초반부터 만족스럽게 진행됐고 어느 순간에는 ‘이 바둑은 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리의 원동력으로는 AI 모방이 아닌 ‘자기 스타일’을 꼽았다. 신진서는 “연습 초기에는 AI의 수를 따라 하다 보니 초반부터 전투가 벌어지고, 쉽게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AI의 기법을 모방하는 것보다 제 스타일대로 편하게 바둑을 펼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1국 패배도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신진서는 “첫판에서는 연습 때 실력의 절반도 보여주지 못해 죄송했다”며 “그래도 2·3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바둑으로 보답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이번 대결을 통해 자신의 바둑에 대한 확신도 커졌다고 했다. 그는 “수비적으로 두면 큰 실수를 피할 수 있지만 상대도 실수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전투적으로 두면 내 실수도 나오지만 인간을 상대로는 상대의 실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더 확실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승리의 의미를 이세돌 9단이 2016년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1승과 비교하기도 했다. 신진서는 “제 승리는 이세돌 9단님의 그 1승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면서도 “인간이 AI를 상대로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는지는 확실히 보여줬다. 저조차도 힘든 도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더 어려운 조건에서 다시 AI와 맞붙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번에는 두 점 접바둑이 인간에게 굉장히 불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했지만, 절대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다음 이벤트에서는 제가 더 불리한 상황에서 시작하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신진서에게는 제한 시간 5시간과 30초 초읽기 1회가 주어졌고, 카타고는 매 수 20초 안에 착수했다. 카타고는 그래픽카드 RTX 3090 4장을 병렬로 연결한 전용 시스템으로 구동됐다. AI가 선택한 수는 한국기원 소속 이단비 초단이 바둑판에 대신 놓았다.

최종 전적 2승 1패를 기록한 신진서는 대국료를 포함한 상금 2억5000만원과 부상으로 제네시스 G90을 받는다.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는 신진서는 “직접 운전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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