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가 상대 투수의 신경을 긁는 뉴욕 양키스 내야수 호세 카바예로의 독특한 타격 루틴에 칼을 빼 들었다. MLB는 그의 행동이 단순한 준비 동작이 아니라 투수의 피치클록 위반을 유도하려는 ‘속임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뉴욕 양키스의 호세 카바예로가 피치클록 위반 판정으로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자 퀸 월콧 주심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AP PHOTO
그러자 퀸 월컷 주심은 카바예로가 제시간에 투수를 상대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 자동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양키스 선수단이 거세게 항의하면서 경기는 약 2분30초 동안 중단됐다. 제임스 로슨 양키스 타격 코치는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카바예로는 결국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주자를 남겨둔 양키스의 공격도 끝났다. 양키스는 연장 10회 끝에 3-5로 졌다.
월컷 주심은 경기 후 “카바예로처럼 타석에서 오랫동안 고개를 숙인 채 투수와 눈을 맞추지 않는 선수는 없다”며 “투수가 규정을 위반하도록 유도하려는 행동이다. 이런 행동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카바예로는 상대 팀 입장에선 얄미운 선수로 통한다. 타석과 주루에서 끊임없이 상대를 자극하고, 작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양키스의 에런 분 감독도 카바예로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던 시절에는 그를 싫어했다고 털어놨다.
분 감독은 “상대 팀 더그아웃에서 카바예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곤 했다”며 “정말 성가신 선수였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 팀 선수이고 좋은 선수라서 좋아한다”며 “둘이 그 얘기를 하면서 웃기도 했다”고 했다. 상대편일 때는 밉지만, 우리 편이 되면 든든한 전형적인 ‘악동’인 셈이다.
문제의 타격 루틴은 이전부터 논란이 됐다. 카바예로는 지난달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도 피치클록이 8초가 될 때까지 두 차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심판이 경고하자 카바예로와 분 감독, 심판진이 2분 넘게 실랑이를 벌였다.
피츠버그와의 이번 시리즈에서는 결국 물리적 충돌까지 일어났다. 지난 21일 경기에서 피츠버그 구원 투수 데니스 산타나는 카바예로가 타석 준비를 늦게 한다며 소리를 질렀다. 두 선수가 맞서자 양 팀 벤치와 불펜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MLB는 이 사건을 계기로 직접 개입했다. 에이드리언 존슨 심판 조장은 “월요일 벤치 클리어링의 원인이 된 행동”이라며 “MLB가 경고 없이 곧바로 위반을 선언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MLB 경기 운영 규정은 타자가 투수를 속여 피치클록 규정을 위반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를 ‘규정 회피’로 본다. MLB는 카바예로가 투수와 눈을 맞추지 않으면서 투구 동작을 시작할지 말지 헷갈리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양키스는 MLB가 갑자기 기준을 바꿨다고 반발했다. 분 감독은 “구단은 경기 전 새로운 단속 방침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창피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분 감독은 앞서 카바예로에게 “피치클록이 9초일 때는 고개를 들고 8초에는 완전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8초가 되기 전 고개를 들었는데도 위반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 양키스 측 주장이다.
카바예로도 자신만 표적이 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다른 선수들도 여러 행동을 하는데 아무런 판정을 받지 않는다”며 “모두에게는 8초 규정인데 나한테만 9초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를 속이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 50타석이나 100타석을 확인하면 매번 같은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것은 타석에서 집중하기 위한 나만의 루틴”이라고 했다.
카바예로는 너무 일찍 타격 준비를 마치면 오히려 투수가 시간을 지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타자가 피치클록이 16~17초 남은 시점부터 투수를 바라보면, 투수가 공을 오래 들고 기다리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MLB는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2023년 피치클록을 도입했다. 현재 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으면 18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타자는 피치클록이 8초가 되기 전에 투수를 상대할 준비를 마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