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슬럼프·번아웃' 이겨내고 3738일 만에 LPGA 투어 2승 달성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7월 26일, 오후 11:24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신지은이 10년의 기다림 끝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PS 한다 스코틀랜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은.(사진=LET 제공)
신지은.(사진=LET 제공)
신지은은 26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5개를 묶어 3오버파 75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신지은은 2위 김아림(7언더파 281타)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이로써 신지은은 2016년 5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텍사스 슛아웃 이후 무려 10년 2개월 25일 만에 LPGA 투어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0만 달러(약 4억 3000만 원)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통산 두 번째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재 LPGA 투어에서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는 우승 공백 가운데 하나를 끝낸 역사적인 순간이어서다.

LPGA 투어에서 공식 대회 우승 간격이 10년 이상이었던 가장 최근 사례는 비키 퍼곤(미국)으로, 1984년 S&H 골프 클래식과 1996년 미켈롭 라이트 하트랜드 클래식 우승 사이 12년 3개월 6일의 공백이 있었다. 신지은은 1980년 이후 LPGA 투어에서 우승 간격이 10년 이상인 3번째 선수가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10년 이상 우승 공백을 깨고 우승한 가장 최근 선수는 루커스 글로버(미국)다. 그는 2011년 웰스 파고 챔피언십 이후 2021년 존 디어 클래식 우승 사이 10년 2개월 4일 만에 다시 우승했다. PGA 투어에서도 보기 드문 기록인 만큼, 신지은의 이번 우승은 오랜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끈기를 보여준 결과라는 평가다.

지난 10년 동안 신지은은 ‘톱10’에 47차례 이름을 올렸고, 상금으로 약 800만 달러(약 117억 원)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우승 트로피만큼은 좀처럼 손에 닿지 않았다.

우승 공백 기간 동안 신지은은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가는 ‘번아웃’을 겪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숨기지 않고 팬들과 공유해 왔다. LPGA 투어 첫 우승 이후인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고, 당시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백스윙을 시작하는 테이크어웨이에도 문제가 있었고 티샷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지난 5월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서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기권한 뒤 골프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당시 그는 “투어에서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러 면에서 지쳐 있다. 경기 중에도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를 너무 많이 걱정하는 편”이라고 심리적인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이번 스코틀랜드 오픈에서는 그런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신지은은 1라운드부터 공동 선두에 올른 뒤 3라운드까지 5타 차 선두를 달렸고, 최종 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완성했다.

스코틀랜드 특유의 강풍이 분 최종 라운드에선 6번홀(파3)부터 8번홀(파4)까지 3홀 연속 보기를 범하며 한때 추격자들에게 3타 차까지 쫓기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 들어 다시 안정감을 되찾았다. 10번홀(파4)에서 2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흐름을 바꿨고, 12번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핀 1m에 붙인 뒤 버디를 추가하며 승기를 굳혔다.

신지은은 16번홀(파4)에서 다시 보기를 범한 뒤 18번홀(파5)에서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지는 위기를 겪었지만 보기로 막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신지은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6승을 합작하며 7승의 미국과 ‘양강 구도’를 이어갔다. 유해란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과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메이저 2연승을 거뒀고, 김효주가 포티넷 파운더스컵과 포드 챔피언십에서 2승을 기록했다. 이미향은 블루베이 LPGA, 신지은은 이번 스코틀랜드 오픈에서 각각 1승씩을 보탰다.

또 유해란의 메이저 2연승에 이어 신지은까지 정상ㅇ에 오르면서 한국 선수들은 최근 L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이어갔다.

신지은의 이번 우승은 단순한 통산 2승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10년 동안 끊임없이 자신과 싸우며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를 스스로에게 되물었던 선수가 마침내 정상에 복귀하며 긴 기다림의 끝을 스스로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신지은.(사진=LET 제공)
신지은.(사진=L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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