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가 축구협회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2018년 ‘선동열 국감’ 같은 망신주기에 일관한 맹탕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018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현재 수면 위로 불거진 가장 큰 이슈는 정 전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 계열사 임원에 관한 부분이다. 이 임원은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협회에 파견돼 행정 실무를 맡았다. 협회 규정상 파견 기간은 최장 2년이지만 해당 임원은 규정의 다섯 배가 넘는 기간 동안 근무했다. 그 대가로 약 10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적으로 볼때 비정상적이고 편법적인 상황이다. 특정 인물이나 회사에 대한 특혜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장기 파견이 누구의 결정으로 이뤄졌고, 해당 임원이 협회 내부 정보와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홍 전 감독의 법인카드 사용 논란도 빼놓을 수 없는 검증 대상이다. 홍 전 감독은 재임 기간 사용한 법인카드 3742만원 가운데 약 1400만원을 자택이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호텔과 음식점 등에서 결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부 결제는 공휴일에 이뤄졌으며 별도 소명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홍 전 감독은 이에 대해 “모두 대표팀 업무를 위한 지출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외국인 코치들이 분당에 거주했기 때문에 인근 공유오피스에서 회의를 했으며, 주말과 공휴일에도 K리그 선수 점검과 대표팀 명단 선정을 위한 업무가 이어졌다”고 해명했다. 비용 명세도 협회에 모두 증빙·정산했다고 주장했다.
홍 전 감독이 밝힌 대로 결제 장소가 자택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사적 사용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청문회는 결제별 참석자와 업무 목적, 영수증, 소명 절차가 협회 규정에 맞게 처리됐는지를 자료로 확인해야 한다. 홍 전 감독 개인의 해명뿐 아니라 협회가 왜 해당 지출을 승인했는지, 법인카드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따져야 한다.
청문회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나 경기 전술, 특정 선수의 선발 여부를 정치권이 심판하는 자리로 흐르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한다. 2018년 코미디 같은 악몽이 되풀이 될 수 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선동열 당시 야구대표팀 감독에게 연봉과 근무 시간 등을 추궁했다. 심지어 ‘야알못’ 국회의원들이 얄팍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을 문제 삼았다. “사과하든지 사퇴하라”는 노골적인 요구까지 나왔다. 선 감독은 약 한 달 뒤 사퇴하면서 선수 선발과 경기 운영에 관한 감독의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 절차와 예산 사용은 국회가 철저히 검증해야 할 영역이다. 하지만 선수 선발과 전술의 성패는 현장의 전문적 판단에 속한다. 국회의원들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못한 채 인신공격이나 호통, ‘망신주기’식 질의가 이어진다면 청문화를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다. 축구계의 반감만 키우고 정작 필요한 제도 개혁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이번 청문회는 증인을 얼마나 거칠게 몰아붙이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무엇을 바꾸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회장 권한 분산과 이사회 기능 강화, 감독 선임 절차 공개, 외부 인사 파견 기준 정비, 법인카드 관리 체계 개선 등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 ‘선동열 국감’의 재탕이라는 비판을 피하고 한국 축구 개혁의 출발점을 세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