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28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포토샵 레이어 합성) 2026.7.28 © 뉴스1 이종수 기자
"이번 대국은 인간이 또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 승부였습니다."
10년 만에 열린 인간과 인공지능(AI)의 반상 대결에서 카타고를 꺾은 신진서 9단이 이번 승리를 "인간 한계를 넘어서는 시작점"이라고 평가했다.
신진서는 28일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만나 "이제 AI는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라 공존하는 대상"이라면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해 인간이 더 발전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대국을 통해 인간이 또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카타고와 대국의 의미를 전했다.
신진서는 지난 17일부터 카타고를 상대로 2점 접바둑으로 3번기를 펼쳤다. 신진서는 17일 첫 대국에서는 패했지만 19일과 21일에는 연승을 거두면서 3번기 승자가 됐다. 특히 중반 전투가 강한 카타고를 상대로 2번째 판에서 펼쳐진 중앙 전투에서 우세를 점하면서 승리를 따내 더욱 의미를 더했다.
바둑계에서는 이번 승리를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한다. 10년 전 처음 등장한 AI 알파고는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이세돌 9단을 상대로 4승 1패를 기록, 바둑계에 큰 충격을 줬다. 알파고 이후 바둑계는 AI를 연구 도구로 활용해 왔다. 그 중심에 있는 기사가 신진서다.
신진서는 AI 연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바둑에 접목한 기사로 꼽힌다. 끊임없이 AI를 통해 연구한 신진서는 인공지능과 수가 비슷하다고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28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29 © 뉴스1 이종수 기자
10년 전 인간 대표였던 이세돌도 신진서를 인정했다. 신진서는 "어느 날 이세돌 사범님께서 '네가 (AI를 상대로) 두 점 두고 상대하면 이길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혜안이 있으신 것 같다"고 웃었다.
두 점 접바둑 승리의 의미는 생각보다 크다. 앞서 홍민표 바둑 대표팀 감독은 "초일류 기사들도 AI를 상대로 두 점을 두고는 못 이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신진서 사범이 깼다"고 이번 대국 승리의 의미를 설명했다.
신진서도 "이번 대국 전 카타고를 상대로 두 점 접바둑에서 이긴 적이 없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전하면서 "1개월 동안 훈련하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카타고를 공략할 방법을 못 찾았는데, 훈련하면서 최대한 판을 쪼개는 것이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카타고 공격이 워낙 강해서 돌을 큰 모양으로 만들면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개월 동안 호선 대국은 안 봤다. 카타고가 나보다 더 상수이기 때문에 치열한 감각을 느끼지 않기 위해 호선은 한동안 지켜보지 않았다"면서 "승리한 2, 3국 모두 연습했던 대로 대국이 진행됐다. 3국에서는 연습했던 것 이상으로 풀리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확신했다. 더 큰 차이로 이겨보자는 마음이었다. 처음으로 11집 반 이상의 승리를 거뒀다"며 철저한 연습으로 승리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이 28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7.29 © 뉴스1 이종수 기자
3국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신진서는 여전히 AI의 능력을 높이 산다. 그는 "한 점 접바둑을 하거나 맞바둑으로 상대하면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면서 "인간이 아무리 실수 없이 대국해도 완벽한 수를 찾는 AI를 넘기엔 역부족일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힘겨운 대국에서 승리한 신진서의 시선은 이제 후반기 잔여 대회로 향한다. 신진서는 올해 전반기에 단 한 차례 정상에 오르며 '세계 1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후반기 부진했다. 올해 상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바둑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면서 "다가올 후반기에 다시 한번 세계대회 우승을 목표로 두고 있다. 최소 1개의 세계대회 정상에 오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동시에 "최근 국내 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지금 상태가 5년 정도 이어진다면 (한국 바둑) 명맥이 끊길 수 있다. 팬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면서 "나 역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바둑을 알리고 대중화하는 데 힘쓰겠다"고 전했다.
dyk0609@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