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막고 호통만…축구협회 따지던 국회 청문회 오히려 ‘자살골’

스포츠

이데일리,

2026년 7월 30일, 오전 12:3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대한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을 규명하겠다며 열린 국회 청문회가 호통과 망신주기, 정치공방으로 얼룩졌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 핵심 관계자들을 증인석에 세웠다. 하지만 정작 답변을 충분히 듣거나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장면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 축구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할 청문회가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질의’로 끝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정해성 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30일 대한축구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협회의 불투명한 의사 결정 구조 등을 따져 묻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청문회장에서는 “국회가 우습냐”는 식의 질책과 고성이 반복됐다. 일부 의원은 질문을 던진 뒤 증인이 설명을 시작하면 말을 끊거나 “묻는 말에만 답하라”고 몰아붙였다. 답변할 시간을 주지 않은 채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고, 미리 정해 놓은 결론에 맞는 답변을 요구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증인을 불러놓고 정작 답변은 듣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축구협회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질책도 쏟아졌다. 하지만 청문회를 통해 새롭게 확인된 사실은 거의 없었다. 일부 축구 팬들이 제기한 의혹을 사실처럼 전제한 질의도 나왔다. 출석한 코칭스태프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반박하자 추가 자료를 제시하거나 재차 검증하기보다 호통으로 답변을 막는 장면까지 반복됐다. 질의가 진행되는 동안 뒷편 관계자들이 헛웃음을 짓는 모습도 포착됐다.

청문회 개최 전부터 우려됐던 ‘축구 전술 청문회’도 현실이 됐다. 일부 의원은 북중미 월드컵 경기에서 손흥민과 이재성을 선발로 내보내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으며 축구 팬들의 의견을 근거로 들었다. 대표팀 지원 체계와 지도자 선임 제도의 문제를 살피기보다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을 비전문가가 직접 심판하는 모양새가 됐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당시 야구대표팀 감독을 불러 선수 선발 문제를 추궁했던 장면의 재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당시에도 대표팀 선발과 경기 운영의 전문성을 존중하기보다 감독을 공개적으로 망신주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축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정치 공방도 벌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SNS 글과 이른바 ‘내 편 인사’ 발언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했다. 축구협회와 대표팀 운영을 검증해야 할 청문회가 시작부터 대통령의 인사 정책을 둘러싼 정쟁의 무대로 변했다.

정작 핵심 쟁점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됐는지, 정 전 회장과 협회 집행부가 어느 범위까지 개입했는지 등의 논의는 부족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임원의 협회 장기 파견과 협회 사유화 논란, 법인카드 사용 문제 등도 단편적인 추궁에 머물렀다.

북중미 월드컵 실패의 원인을 점검하는 과정에서도 감독 개인과 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 추궁이 앞섰다. 대표팀 지원 체계와 기술 행정의 전문성, 지도자 선임 절차 등 재발 방지를 위해 손봐야 할 구조적 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청문회 이후 무엇을 바꿀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입법·제도 개선 방안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축구협회의 폐쇄적인 행정과 무책임한 의사 결정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검증은 호통이 아니라 자료와 사실에 근거한 질문으로 이뤄져야 한다. 증인의 답변조차 제대로 듣지 않은 청문회에서 책임 규명이나 개혁 방안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축구협회의 ‘실책’을 따지겠다던 국회가 오히려 더 뼈아픈 ‘자살골’을 넣었다는 비판이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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